플랫폼 다변화로 뮤비 중요성 커져…앨범 전곡 뮤비 제작도
"음반 제작비의 40% 차지…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

"(이번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 11억원을 썼어요.

"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은 지난달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해 신곡 '슈퍼 레이디'(Super Lady)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공개했다.

이를 들은 MC들은 물론 동료 멤버들까지 모두 깜짝 놀라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한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불과 6년 전만 해도 뮤비에 5억원을 썼다고 하면 '미쳤다'는 반응이 나왔는데, 이제는 배 이상 뛰었다"고 귀띔했다.

3~4분 K팝 뮤비 제작에 10억 훌쩍…자재·인건비 상승에 퀄리티도↑
◇ 자재·인건비 상승에 퀄리티도↑…'억' 소리 나는 제작비
10일 가요계에 따르면 '10억원+알파'에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사례는 (여자) 아이들뿐만 아니다.

아이돌 그룹 A는 10억원을 쏟아부었고, B는 15억원 이상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힘 좀 썼다는 대형 그룹은 10억원을 넘긴다"는 게 요즘 가요계 정설이다.

뮤직비디오 제작비가 이처럼 수직 상승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K팝의 위상에 맞춰 뮤직비디오의 퀄리티가 좋아진 점이 꼽힌다.

무엇보다 3~4분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기위해 세트 전환과 의상 교체 횟수가 과거보다 부쩍 늘어났다.

영화 못지않은 컴퓨터 그래픽(CG)이 동원되는 것은 물론 화려한 군무도 빼놓을 수 없다.

'슈퍼 레이디' 뮤직비디오에는 많은 댄서에 둘러싸인 (여자)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위해 보조출연자 500명과 댄서 100명이 동원됐다.

노래의 히트를 위해 틱톡 등 플랫폼에서의 '챌린지'가 필수가 된 만큼, 이를 위한 숏폼 콘텐츠 촬영도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3~4분 K팝 뮤비 제작에 10억 훌쩍…자재·인건비 상승에 퀄리티도↑
한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자체 퍼포먼스 영상, 비하인드 현장 영상, 비주얼 필름(콘셉트 영상)도 촬영해야 하니 비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팬들도 점점 더 '고퀄'(높은 퀄리티)을 요구해 투자를 안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국적인 영상미를 담기 위해 해외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경우 항공료·숙박료 등이 추가되면서 비용은 훌쩍 올라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뮤직비디오 감독은 "앨범마다 새로워야 하고,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K팝의 특성상 예산이 된다면 해외 로케이션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태양광이 좋은 해외에서 이국적인 색감과 무드를 내기에 좋고, 규모 면에서도 국내와는 다른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로케이션의 경우 헤어·메이크업·스타일리스트 스태프도 해외 출장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 많이 올라간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로 스튜디오·세트장 대여비와 영상 전문 인력 인건비가 많이 증가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K팝에 빠질 수 없는 댄서(안무가) 역시 개개인이 독자적인 아티스트로 대우받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촬영비가 과거 인당 50만원 이하에서 현재는 100만원 이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음반 제작비의 약 40%가 뮤직비디오 제작비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단순한 인건비 증가 차원을 넘어 감독,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댄서 등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활동하는 산업 종사자의 가치 평가가 모두 올라갔다고 본다"고 짚었다.

3~4분 K팝 뮤비 제작에 10억 훌쩍…자재·인건비 상승에 퀄리티도↑
◇ 중요도 더욱 올라간 K팝 뮤비…"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수단"
가요 기획사들이 이처럼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신곡 홍보에서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는 한국 TV 무대를 시청할 수 없는 글로벌 K팝 팬에게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히트 이래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 자체가 가수의 '체급'을 드러내는 훌륭한 셀링 포인트가 됐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미국 빌보드 차트나 국내 음악 프로그램 순위 집계에도 반영된다.

특히 TV나 라디오 같은 기성 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다변화는 뮤직비디오의 전성시대에 '날개'를 달아줬다.

볼거리도 많은 데다가 시청 시간도 길지 않아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된 것이다.

세븐틴,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 정상급 K팝 가수는 아예 한 앨범에 여러 편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한다.

또 뮤직비디오와 그 파생 영상 등을 활용한 숏폼 콘텐츠 챌린지를 홍보하는 데 거액의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모 아이돌 그룹 매니저는 "음반 발매 전 온라인 사전 마케팅에 월 1억원을 집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진스는 지난해 두 번째 미니음반 '겟 업'(Get Up) 활동 당시 '슈퍼 샤이'(Super Shy)와 'ETA'를 비롯해 앨범 수록곡 6곡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또 다른 대형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뮤직비디오는 음악, 퍼포먼스, 시각 효과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특히 서사가 중요한 요즘 K팝 팀들은 뮤직비디오가 메시지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