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 미만인 투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재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PBR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한 모든 자산을 매각하고 청산했을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수준이란 의미로,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하지 않으면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은 2027년 4월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최근 3년 연속 8%를 밑돌고, PBR이 1 미만인 기업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CEO 재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미쓰비시UFJ자산운용은 인덱스펀드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일본 증시 상장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약 900조원의 일본 주식을 편입한 현지 운용사들이 엄격한 의결권 행사에 나서면 상장사 경영개혁이 한층 가속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닛세이자산운용도 PBR이 1 미만이면서 도쿄증권거래소의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 요구에 응하지 않는 회사의 CEO 선임에 반대하기로 했다. 내년 3월 결산 뒤 각 기업의 대응 현황을 확인하고, 내년 6월 주총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대기업 중심인 프라임 시장 상장사의 약 4분의 1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프라임과 스탠더드, 두 시장의 상장사에 대해 주가 상승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프라임 시장에서 구체적 방안을 공개한 기업은 726개로,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자산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목표다. 이들은 의결권 행사가 최후의 수단인 만큼 행사에 앞서 투자 기업과 대화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은 독자적인 모델을 활용해 기업의 자기자본비용을 산출하고, 비용 하락 요인을 분석해 기업이 해결해야 할 경영 과제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의결권 행사와 동시에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