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계곡과 고개를 따라 놓인 은밀한 기찻길, 빙하특급. 스위스 겨울이 빚어내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소개한다.

기차여행이 가져다주는 낭만은 스위스에서 더욱 특별해진다. 빙하와 파우더 스노, 얼어붙은 호수를 따라가는 새빨간 기차는 새하얀 배경과 대조를 이루며 스위스 겨울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이 풍경 속에 발을 디디고 그 그림 속 여행으로 떠나고자한다면 빙하특급에 오르면 된다.

스위스 자연의 한복판을 달리는 빙하특급

스위스 체어마트 마을 정경
스위스 체어마트 마을 정경
빙하특급은 마터호른이 우뚝 솟아 있는 알프스 산골 마을 체어마트에서 패셔너블한 리조트 생모리츠까지 이어주는 파노라마 기차다. 1930년 6월 25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총 291km의 구간 중, 튀지스부터 이어지는 알불라와 베르니나 철도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만큼 알프스 깊숙이 숨겨진 감동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베르니나 고개의 가장 높은 지점을 통과하며 짜릿한 풍경을 안겨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7개의 계곡과 291개의 다리, 91개의 터널을 지나며 약 7시간 30분에 걸쳐 달리는데, 구름 속을 뚫고 올라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알프스의 비밀스러운 풍경과 위엄한 알프스 절벽을 지나는 광경도 보여준다. 특히 아찔한 돌다리, 란트바서 비아둑트가 여정 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며, 해발고도 2000m 이상인 오버알프 고개, 라인슐루흐트 계곡, 푸르카 터널을 따라 기막힌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정 중 가장 높은 지점은 오버알프 고개로, 2033m에 달한다.

스위스 연인들이나 유럽 여행자들처럼 체어마트에서 생모리츠까지 전 구간을 탑승해 특별한 하루를 보내볼 것을 권한다. 일등석보다 우위에 있는 엑설런스 클래스에서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우아한 노부부가 종종 눈에 띈다. 엑설런스 클래스의 컨시어지 서비스와 샴페인을 곁들인 5코스 미식 코스는 8시간 동안 이어지는 스위스 최고의 럭셔리 체험이 되어준다. 여정 중, 승무원들은 와인을 곁들인 향토식 5코스 런치를 서빙한다.

빙하특급을 두 배로 즐기는 방법


셰프의 코스요리 맛보기
스위스 체어마트 마을 정경
스위스 체어마트 마을 정경
편안하게 앉아서 스위스의 화려한 사계를 감상하며 미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빙하특급의 가장 큰 묘미다. 기차 내 주방에서 정성 들여 만든 따뜻한 3코스 요리를 와인에 곁들이는 동안 창밖으로는 알프스 한복판의 자연이 함께 달리고 있다.

계곡과 산 고개를 오르며 이어지는 기찻길 때문에 차체에 경사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 와인잔 바닥을 기울어지게 만든 센스가 돋보인다. 여행 중, 하루 일정을 빙하특급 안에서 보내면 하루쯤 쉬어가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전혀 지루할 틈이 없는 차창밖 파노라마로 꽉 찬 일정을 소화한 기분이다.

트래블 패스로 저렴하게 이용하기
이 구간은 스위스 트래블 패스(플렉시) 소지 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올 1월부터 스위스 트래블 패스 및 스위스 트래블 패스 플렉시의 8일권 및 15일권 요금이 평균 20% 인하되었으며, 6일권도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유스 패스는 할인 폭이 30%로 커졌다. 단 반드시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기차 예약에는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빙하특급 노선 따라 세계적인 VIP 리조트 여행하기
빙하특급은 스위스 남부의 체어마트와 동부의 생모리츠를 연결한다. 체어마트와 생모리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대 스키 리조트다. 스위스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키장 체어마트와 유럽 부호들의 겨울 놀이터 생모리츠를 직행으로 연결하는 데다 스위스에서 가장 깊은 알프스 속살을 뚫고 이어지는 노선 덕분에 두 스키 리조트를 더욱 화려하게 체험할 수 있다.

스키 리조트를 찾는다면, 체어마트
스위스 체어마트 마을 정경
스위스 체어마트 마을 정경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진 찍힌 마터호른 산이 내려다보는 마을, 체어마트는 세계적으로 정평 난 스키 리조트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케이블카 역(3883m)에서 스키를 타고 마을까지 내려올 수 있고, 톱니바퀴 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산(3089m) 정상에서 스키를 탈 수도 있다. 썰매 코스나 겨울 하이킹 트레일도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

체어마트의 스키장은 크게 세 개로 나뉜다. 수네가-로트호른 스키장과 고르너그라트-슈톡호른 스키장, 그리고 슈바르츠제 및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스키장이다. 이 세 곳의 슬로프 길이를 모두 합치면 360km나 된다. 올림픽 유망주들과 국가대표팀들이 체어마트의 스노파크에서 기술을 연마하고 겨우내 훈련을 하는데, 스노보더들에게 인기다. 심지어 이탈리아 국경을 넘는 스키장도 체어마트에서 시작된다. 마터호른 글래시어 파라다이스 정상에서 이어지는 이 코스는 이탈리아의 스키장, 브레우일-체르비냐로 향한다.

뭔가 특별한 것을 찾는다면 겨울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해도 좋고, 오프피스트 헬리스키도 가능하다. 물론, 공식 산악 가이드가 동반한다.

부호들의 아지트, 생모리츠
스위스 생모리츠 마을 정경
스위스 생모리츠 마을 정경
인구가 50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마을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50여 년 전부터다. 1856년 알프스 최초의 럭셔리 호텔인 쿨름 호텔이 요하네스 바트루트에 의해 탄생하고, 스위스 최초의 지역 관광청이 이곳에 문을 열게 된다. 바트루트는 네 명의 영국 투숙객에게 내기를 건다. ‘겨울에 다시 찾아오면 셔츠 바람에 발코니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즐기게 해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 비용을 몽땅 물어주겠다’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에 생모리츠를 다시 찾은 네 명은 이듬해 부활절이 올 때까지 휴양하며 선탠을 즐기고 행복하게 지내다 돌아갔다.

영국인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생모리츠는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부호들이 즐겨 찾고 있다. 실제로 생모리츠는 온화하고 청명한 날씨가 특징인 ‘샴페인 기후’로 유명한데, 연평균 일조량이 322일이나 된다.

총 350km에 달하는 생모리츠의 스키장에서는 클래식한 스키를 맛볼 수 있다. 코르빌리아, 코르바취와 디아볼레짜는 스키어들을 유혹하는 대표적인 스키장으로 총 60대의 스키 리프트 시설이 고도 1800m에서 3300m까지 패셔너블한 스키어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