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HBM 뒤처져" AI 랠리서 소외된 삼성전자…매수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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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인공지능(AI) 테마가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지부진합니다.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지 못한 데다, 파운드리 사업 부진으로 실적 전망까지 뒷걸음질치는 탓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올랐기 때문에 저가매수 콘셉트로 삼성전자 주식을 살 만한 상황이라고 평가합니다.

SK하이닉스 20% 올랐는데…삼성전자는 실적 우려에 9% 하락

한국거레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삼성전자는 0.96% 내린 7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엔 7만9600원까지 오르며 8만원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기도 했지만, 석달여동안 9.3% 하락했습니다.
[마켓PRO] "HBM 뒤처져" AI 랠리서 소외된 삼성전자…매수 기회일까?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4.27% 상승했습니다. AI 연산용 GPU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반도체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면서 엔비디아 수혜주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연초 이후 79.11%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HBM 생산 역량 확보에 한발 늦었습니다. 4세대인 HBM3 제품은 작년 3분기부터 판매하기 시작했고, 최신 세대인 HBM3E는 아직 양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업계에서는 한국 기업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미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도 이달 중 양산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실적도 문제입니다. 작년 4분기께부터 범용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삼성전자의 실적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247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3조5650억원보다 20.76% 적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2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줬습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는 흑자전환했지만, 파운드리 분야의 실적 부진이 이어진 탓입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분야는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며 “2년 전 4~5나노미터(nm) 공정 초반에 수율 이슈로 인해 수주하지 못한 부분이 작년 말부터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신 HBM 제품서는 격차 축소…파운드리도 하반기 반등 전망

HBM과 파운드리 분야의 부진이 삼성전자 주가를 짓누르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려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우선 HBM3E의 12단(36GB) 제품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였습니다. 김영건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3E 8단(24GB) 제품의 품질 승인 이전임에도 12단 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경쟁사 대비 수개월 선행해 진행했다”며 “12단 제품에 대한 품질 승인은 올해 3분기께 완료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운드리 분야도 하반기부터는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작년 역대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물량 수주를 달성했고, 향후 수년간 역대 최대 수주 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 인식이 시작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실적은 올해 상반기 바닥을 확인하고 하반기부터 개선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마켓PRO] "HBM 뒤처져" AI 랠리서 소외된 삼성전자…매수 기회일까?

“지금은 삼성전자 매수해도 손해보지는 않을 구간”

주가 측면에서도 매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반도체산업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펀드매니저 A씨는 “단기간에 주가가 오르긴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한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지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더 매력적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다. A씨는 “당장 주가 상승 여력은 SK하이닉스가 더 커 보인다. 공격적인 투자자에게는 SK하이닉스가 더 맞는 선택”이라면서 “반면 저금하듯이 주식을 모아가며 묵직하게 대응하려는 투자자에겐 삼성전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