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글렌 그룹 마티아스 시너 투어리즘 총괄이사./사진=임익순
맥아더글렌 그룹 마티아스 시너 투어리즘 총괄이사./사진=임익순
이제는 아스라한 기억이지만, 한때 여행의 주요한 즐거움 중 하나는 쇼핑이었다. 공항에서는 밤낮없이 환한 조명을 켜둔 면세점에서 수북한 쇼핑백을 양팔에 들고 비행기에 오르던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웃렛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였다. 명품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브랜드를 한국의 절반 가격에 ‘득템’할 수 있는 기회라니! 패션 애호가들의 심장이 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어느 나라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한국인 쇼퍼들은 아웃렛에서도 눈여겨보는 중요한 손님이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디자이너 아웃렛 맥아더글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디자이너 아웃렛’이라는 개념을 처음 유럽에 도입한 맥아더글렌은 베를린, 런던, 밀라노, 로마, 빈 등 유럽의 관광 거점으로 불리는 도시에서 관광객들을 만나고 있다. 2012년 8월 한국사무소를 정식 오픈한 이후 매해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시장 진출 10주년을 맞이해 맥아더글렌 그룹의 투어리즘 총괄이사 마티아스 시너가 한국을 찾았다.

3년 만에 한국 관광객이 다시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맥아더글렌에서도 변화가 느껴지는가.

개인적으로도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있다. 한국 여행객들은 특히 쇼핑을 좋아한다고 느낀다. 아웃렛은 유럽 여행을 오는 한국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코스이기도 하고, 현지에서도 만날 기회가 많았다. 3년 만에 아웃렛에서 한국 고객들을 만나게 되어 굉장히 흥분되고 감사한 마음이다.

한국 시장은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맥아더글렌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 러시아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을 넘어서 쇼핑에 대한 열망, 쇼핑의 안목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아웃렛 전문가로서 한국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내일은 ‘치맥’을 먹고, 막걸리를 만드는 체험을 하러 간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많기도 하지만, 전문가로서도 중요한 활동이다. 국제 소비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어떤 부분에 감동을 받는지를 파악해야 우리가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 고객과 이스라엘 고객이 감동을 받는 부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에게 맞는 효과적인 마케팅 플랜을 세우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단지 수치를 분석하거나 잘 팔리는 물건을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스트리아 빈의 판도르프 아웃렛./사진=임익순
오스트리아 빈의 판도르프 아웃렛./사진=임익순
올해 세계의 쇼핑 트렌드는?

예전에는 유행에 의해 구매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했다. ‘많은 사람이 구매하는 아이템’이라는 점이 중요한 구매 동인으로 작용했다. 요즘은 다르다. 분명한 목적과 취향에 의해 구매가 결정된다.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는 나에게 중심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또 ‘익스클루시브’한 아이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누구나 알고 있고, 가지는 아이템이 아니라 구하기 쉽지 않고, 그만큼 희소성이 있는 제품을 중요시한다. 다시 말해 보편적이기보다 각자의 니즈에 따라 쇼핑하는 개인화된 취향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이러한 경향이 굉장히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판도르프 아웃렛./사진=임익순
오스트리아 빈의 판도르프 아웃렛./사진=임익순
아웃렛에선 이러한 경향을 어떻게 반영하는가.

맥아더글렌의 강점은 브랜드 믹스다. 프라다, 구찌 등 빅 브랜드는 가격 경쟁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입점 브랜드도 트렌드에 맞게 변화한다. 이러한 브랜드와 함께 지역의 강점을 살린 로컬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입점시킨다. 이를테면 이탈리아에서는 비스포크 슈트를 제작하는 장인의 매장이 아웃렛에 있다. 외국 관광객으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다. 이런 다양한 브랜드의 조화가 다른 아웃렛과의 차별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지역 커뮤니티와 상생하고 지역경제에도 공헌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이 입국하지 못하는 3년은 맥아더글렌에게 어떤 시간이었나.

유럽은 지역 전체가 록다운(봉쇄) 되는 등 심각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매출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맥아더글렌은 3년 동안 재정비 기간으로 보냈다. 입점 브랜드를 재배치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서비스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방문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고심했다.

대표적인 것이 핸즈프리 서비스다. 쇼핑을 하면서 제품을 구입하면 매장이 서비스 데스크로 쇼핑백을 알아서 보내준다. 아웃렛을 돌아다니면서 무거운 짐을 직접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모든 쇼핑을 마치고 떠날 때 여러 매장에서 구입한 제품을 한 번에 데스크에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또 가족과 어린이를 위한 물놀이 시설을 새롭게 설치한 곳도 있다.
2022년 12월 열린 한국 시장 진출 10주년 기념 행사./사진=임익순
2022년 12월 열린 한국 시장 진출 10주년 기념 행사./사진=임익순
이탈리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베니스 아웃렛./사진=임익순
이탈리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베니스 아웃렛./사진=임익순
맥아더글렌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지역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면서도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아웃렛 쇼핑 후 인접한 와이너리를 찾아 와인 투어를 한다든가, 지역의 유명한 음식점을 방문한다든가, 혹은 자전거로 소도시를 둘러보는 여행 코스를 신설하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관광명소가 아니라 로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숨은 명소를 찾아가기를 원하는 요즘 여행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 여행사들과 긴밀히 논의해나갈 예정이다. 아웃렛이 쇼핑만 하고 돌아가는 단시간의 경유지가 아니라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목적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