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 1979년 4월 군사정권 하 재판 받아
파키스탄 대법, '44년전 사형' 부토 前총리 재판 불공정 인정
44년 전 군사정권 시절 정적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교수형 당한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재판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카지 파에즈 이사 파키스탄 대법원장은 6일(현지시간) 1979년 당시 지아 울 하크 장군이 이끄는 군사정권 하에서 열린 부토 전 총리의 재판이 공정하지 못했고 적절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이 전했다.

이사 대법원장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발표에서 자신과 대법관 8명 모두 만장일치로 이같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부토 전 총리의 사위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이던 2011년 장인에 관한 판결을 재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에 의견을 구했다.

1979년 4월 4일 사형이 집행된 부토 전 총리는 1967년 파키스탄인민당(PPP)을 창당하고 대통령과 총리를 차례로 지냈다.

그는 파키스탄의 첫 여성 총리를 지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아버지이다.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와 자르다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는 현재 PPP 총재를 맡고 있다.

지난달 8일 치러진 총선 결과 과반 의석 확보 정당이 없는 가운데 의석수 3위를 차지한 PPP는 2위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 등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PML-N 소속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가 연립정부 총리로 최근 취임했고, 자르다리 전 대통령은 조만간 또 대통령직에 오를 전망이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PPP 총재는 대법원 발표 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 가족은 이러한 말을 들으려고 3세대를 기다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샤리프 신임 총리도 "이번 판결은 법원이 저지른 잘못을 법원이 바로잡은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반겼다고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전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따라 구체적인 명령을 곧 내릴 것으로 보인다.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측근으로 런던에서 정치 전문가로 활동하는 유수프 나자르는 "이번 판결은 당시 하크 장군의 계엄령 아래서 엄청난 오심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11년에 걸친 하크 장군의 독재로 PPP 당원이 투옥되고 정적과 비판가가 공개 태형을 받는 등 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