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임대철 기자
‘큰손’들의 반도체주 투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일주일째 매수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기관은 꾸준히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반도체주들이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국과의 주가 상승률 격차는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찜'한 外人

5일 삼성전자는 1.6% 하락한 7만3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앞서 4거래일 연속 상승(2.88%)을 이어올 때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867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날 SK하이닉스도 7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52주 신고가(16만9000원)를 경신했다가 0.42% 내려 거래를 마쳤다. 급등락 속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몰린 것이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 이수페타시스도 127억원의 외국인 순매수세가 나타났다. 최근 ‘엔비디아 수혜주’로 상승폭이 컸던 곳이다. 주요 반도체주 중에선 한미반도체(-113억원) 정도가 차익 실현 대상에 올랐다.

외국인들은 시차를 두고 저PBR주(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종목)에서 벗어나 순환매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저PBR주 중에선 KB금융(496억원)이 2위를 기록했지만, 10위권에 엔켐 알테오젠 금양 등 2차전지와 바이오 관련주가 포진하며 업종도 다양해졌다. 이 중심에 반도체가 부상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8위, 이수페타시스는 9위였다.

외국인의 순매수 움직임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5거래일 동안 28일 하루를 제외하면, 삼성전자는 순매수 상위 종목 3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4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416억원, 2071억원 사들여 순매수세가 두드러졌다. 28일에 이어 이수페타시스(402억원), 한미반도체(337억원)까지 순매수 상위 10위권에 안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HBM '대오각성' 필요"

기관은 이날도 반도체주를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는 1006억원, SK하이닉스는 613억원을 순매도했다. 각각 순매도 상위 1, 2위를 기록했다. 기관은 최근 일주일간 매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기관들의 순매도 1위 종목은 SK하이닉스(290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역시 1532억원 순매도 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은 이 자금으로 한국전력(1595억원) 현대차(970억원) 등을 샀다. 이날엔 신한지주(249억원) 레고켐바이오(94억원) LG생활건강(80억원) 등을 순매수하며 업종 변화가 있었지만, 순매수 10위권 중 반도체주는 이수페타시스(145억원)와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함께하는 한솔케미칼(67억원)뿐이었다.

큰손들도 셈법이 나뉜 가운데, 증권가에선 반도체 주가 전망을 회사별로 달리 볼 것을 권고한다. 순환매 장세 속 업종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을 자제하란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개발과 상용화를 두고 국내 반도체주 투심을 이끌어온 삼성전자의 속도가 다소 느린 상태라서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를 HBM 분야 고객으로 거느리고,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기관의 순매도세는 비중 조정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보인다”면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5세대 HBM 분야 상용화를 통해 엔비디아의 상승 흐름과 함께할 수 있도록 그간의 전략을 반성하고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