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M7도 1년 내내 오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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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M7도 1년 내내 오를 수는 없다"
[마켓칼럼] "M7도 1년 내내 오를 수는 없다"
김영민 토러스자산운용 대표이사

숨고르기: 증시가 1년 내내 상승할 수는 없다

한국 증시는 연초하락 분을 2월에 대부분 만회 중인데 IT 섹터의 수출 회복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반면 미국은 대표 테크군인 M7 주식의 상승으로 인해 연초 이후 8% 상승 중이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작년 240% 오른 후 올해도 연초 이후 65% 올랐다.

여러 통계와 지표를 기준으로 올 미국 지수 상승을 10% 초반대로 예상하는데, 이미 8% 상승이라면 올 목표치를 상향 수정해야 하거나 조만간 적정하게 조정을 기대해야 하는데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연말에 이은 추가 상승은 미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인데 이미 빨라야 6월 인하로 변한 상황이 반영된다면 3월 이후에는 쉬는 장세가 예상된다. 증시가 1년 내내 상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크지 않고 외인의 매수세가 방향 전환할 가능성이 적어 조정 시 폭은 완만할 것이다. 반대로 거래소에서 매도한 개인들의 자금이 코스닥 시장으로 이동해서 매수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Value-up 프로그램: 함께 가면 더 멀리간다

상장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한 정책 예고로 저PBR, 저PER 주식들의 상대적인 강세가 두드려졌지만, 2월 26일 발표에서 인센티브에 대한 내용이 구체화되지 못해서 상승세의 절반을 반납했다.

발표 내용은 일본의 프로그램과 유사해서 강제 조항이 부족하고 세제 혜택에 대한 내용도 없지만 기업의 장기 목표를 구체적인 지표들인 자기자본비용(Cost of Equity), 자기자본수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순이익률(PER), 배당 성향 및 배상수익률 등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 나간다면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 시장에 비해서도 많이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 긍정적이다. 여기에 총선 후 배당 분리 과세 등이 입법화된다면 금상첨화이다.

일본은 2022년 7월 밸류업 정책 발표 예고, 2023년 3월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이후 일본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작년 니케이 지수의 28% 상승에는 저금리 정책과 경제 회복이 한 몫 해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수 상승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무래도 위 3가지 요인이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면에는 워런 버핏의 마루베니 상사 등 5대 무역상사 주식 매입을 필두로 한 외국인의 60조 원 순매수가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KOSPI 시장에서 외인들은 올해 2개월 만에 11조 원 순매수 중이다. 여기에 밸류업 관련 ETF가 출시된다면 올해는 2022년처럼 가치주가 부각될 수 있다. 작년 이후 주도주 역할을 해왔던 IT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주춤한 국면에서 저PBR 주의 부상은 시장의 조화로운 순환 상승을 견인해 갈 전망이다.

AI 붐과 2000년 버블 비교

1994년에 Yahoo와 Amazon이, 1998년에 Google이 창업됐고 데이터를 교신하는 3G 핸드폰은 2000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1998년부터 주요국 무선통신사들의 주가가 약 3년 동안 5배 이상 상승했는데 역시 버블의 고점은 시장 침투율 10% 수준이었다.

AI 선봉장인 엔비디아의 시장 침투율은 수치화가 무의미해서 피크까지의 상승 기간으로 살펴보면 2022년 10월부터 1.5년 상승했고 1~2년 추가 상승할 수 있다. 1년 전에 비해 주가는 240% 오른 반면 12개월 선행 PER이 60배에서 현재 30배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이익 증가세가 예상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TSMC의 CoWoS 공정의 병목이 풀리면서 2분기와 3분기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서 조정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있다. 변곡점은 이익 증가 속도가 현저히 하락할 때인데 시가총액 2조 달러를 감안하면 향후 상승 속도는 줄어들고 쉬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좀 더 이후를 그려본다면,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스마트 통신으로 진화되었듯이 이번에도 소프트웨어가 전성기를 이끌 가능성이 많고 스마트 안경과 같은 새로운 AI 디바이스가 주류로 부상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성장 동력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이닉스의 시장 주도력은 괄목할 만하다. 엔비디아의 성장에는 하이닉스의 메모리 역량이 필수적이고 TSMC의 삼성전자 견제에도 하이닉스와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엔비디아 칩 부족과 가격 부담으로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은 AI 훈련보다는 추론을 위한 맞춤형 칩에 관심이 많지만, 여전히 많은 HBM이 필요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본격적인 참전이 시차를 두고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하이닉스의 기술 및 선점 효과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번 싸이클은 과거의 메모리 싸이클 보다 더 크고 더 길 것이다. 기존의 예상 PE는 이익 상승으로 더 낮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PB 밸류에이션은 더 확장될 것이다.

새로운 투자 자금: 외국인 자금 22조원 유입

미국의 경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이민자들의 경제 활동으로 인해 생산량이 더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미국의 풍부한 증시 자금 외에도 해외 투자가들이 미국 주식투자를 늘리면서 지수 상승의 혜택을 보고 있는 중이다.

한국 증시에서도 외인들은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22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원화 환율이 올라가면서 과거와 같은 매수 여건이 조성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중국 시장의 부진과 불투명성에 실망한 외인들이 자금을 한국(인도, 일본, 대만 포함) 등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2월 말 MSCI 세계 지수에서 약 70개의 중국 기업들이 빠지는 효과도 한몫하고 있는데 3개월마다 리밸런싱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 추세는 올해 내내 일어날 수도 있다. 경기 국면의 문제를 넘어선 국가 경제 및 투자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면 향후 시장 전망이 과거의 틀과 달리 움직일 수 있다.

3월 증시 전망: 숨고르기 국면

현재 시가 총액 상위 10개 미국 기업의 평균 12개월 선행 PER은 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약 35배로 시장의 집중도가 매우 높다. 이자율, 글로벌 시장 지배력 및 AI 산업의 장기 파급 효과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큰 버블로 이어진 강세장은 평균 3년 지속됐고 상승폭은 100% 이상이다. 현재까지 강세장이 1.5년 지속됐고 상승 폭이 4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기간이나 상승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은 4개월 연속 상승 중이고 펀드들의 현금 비중이 작년 12월 4.8%에서 4.2%로 줄어 들었다. 빅테크의 주식 시장 지배력도 조금씩 약화되고 있고 아마존의 Jeff Bezos 회장, JP모건의 Jamie Dimon 회장, 메타의 Mark Zuckerberg CEO 등 자사주 대량 매도는 기술적으로 조정의 신호일 수도 있다. 따라서 3월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기 보다는 숨고르는 국면이 될 수 있는데 특히 3월은 직전년도에 많이 상승한 대통령 선거 해에 약하다. 특히 집권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50% 이하일 경우 불확실성으로 계절성이 강한데, 앞에 언급한 풍부한 유동성에도 시장의 숨고르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같이 약세를 보일 수가 있는데 1월에 이미 선조정을 경험한 한국 시장은 조정 시 하락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 변수는 미국의 조정 폭과 외인의 지속적인 매수 여부인데 매도보다는 저가 매수가 유리한 국면일 수 있다. 쌍끌이 주력군인 IT 섹터와 가치 섹터의 순환매를 예상해서 하락하는 섹터 비중을 늘리고 상승하는 섹터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주력 섹터와 주도 주식 투자는 의심보다는 하락 시 매수가 강세장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