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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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둘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주거시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실버타운 분양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내 실버타운은 크게 노인주거복지시설과 노인의료복지시설로 나뉘어 있습니다.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유료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으로 나뉘고,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요양시설입니다. 기본적으로 60세 이상이면 입소할 수 있습니다.

요즘 액티브 시니어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주택을 임대하는 형태인 노인복지주택입니다. 최근 서울에서 임대분양된 '마곡 VL르웨스트 810가구', '위례 심포니아 115가구', 'KB골든라이프 평창카운티 164가구' 등이 모두 임대형 노인복지주택입니다.

민간업체의 투자와 운영이 허용됐지만,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에 정작 민간 업체들의 참여는 저조한 편입니다. 인기에 비해 공급이 너무 적은 것인데, 전국에 39개소 뿐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정부에서도 노인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규제완화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고급형 실버타운에 입소한다고 해서 생의 마지막날까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경희대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에서 2020년 노인실태조사를 했더니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다 죽었으면 한다'는 응답이 무려 83%나 나왔습니다.
롯데건설 VL르웨스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롯데건설 VL르웨스트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같은 조사에서 고급형 실버타운에 입주하고 싶다는 응답은 4.6%에 그쳤습니다. 고급형 실버타운 공급이 안 되어도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수요가 많으니 고급형 실버타운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시각도 착각입니다.

실제로 지금 알아보면 대부분 입소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기존 입주자들이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버타운에 함께 사는 다른 분들과의 성격차이나 환경차이 때문에 적응을 못 하는 분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택가격과 맞먹는 비싼 보증금을 내고 매달 식비를 제외한 공동관리비나 임대료로 1인에 200만원 가까이 냅니다. 액티브 시니어가 아니라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다 보니 아까워 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매일 제공되는 식사도 영양식이다보니 간이 약하고 맛도 썩 좋지 않다는 평이 많습니다. 시골 경로당에 가면 삼삼오오 모여서 삼겹살, 파전 등 다양한 음식을 해먹습니다. 그렇지만 실버타운에서는 이러한 풍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입소자들이 한데 모이는 식사 시간마다 자식자랑을 하는 분들 때문에 화병이 났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할머니들이 무리를 짓고 새로 온 사람을 배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들은 한데 모이더라도 친해지기 전까지는 서로 얘기하지 않고 혼자 밥을 드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체생활, 그 자체가 허들이 되는 셈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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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실버타운은 3년 이상 거주해야 보증금을 100% 돌려준다는 곳이 많습니다. 3년도 버티지 못하는 분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도심에서 사시던 분들은 경로당에도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실버타운의 단체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부모님을 고급 실버타운에 보내드리는게 효도가 아닐 수 있겠습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수마을을 '블루존(Blue Zone)'이라고 부릅니다. 이들 지역에 가보면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은 없습니다. 그저 함께 모여 생활하고 대화하며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게 전부입니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이니 실버타운도 입소 전에 자신의 성격이나 유형을 따져봐야겠습니다. 정부에서도 성격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도록 노인복지주택 유형을 다양하게 개발해 공급하면 좋겠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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