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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美항공사 제트블루, 조지 소로스는 '역발상 투자' [글로벌 종목탐구]
스피릿항공 인수 무산 위기
월가에선 올해도 영업손실 예상
투자 대가들은 '역발상 투자'


미국 저가항공사(LCC) 제트블루가 코로나19 팬데믹 쇼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과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 조지 소로스와 등 투자의 대가들이 제트블루 주식을 사들였다. 제트블루의 매출은 과거 수준을 회복했지만, 항공기 정비 문제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진 탓에 영업손실을 내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심 차게 추진했던 스피릿 항공 인수 역시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설립 25주년을 맞는 제트블루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돌풍을 일으키며 LCC 업계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위협하는 2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강력한 비용 절감과 수익 확대 전략을 발표한 제트블루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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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인수 무산되고 에어버스 엔진은 결함, 악재의 연속

2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제트블루는 한 주당 6.52달러로 거래됐다. 이달초 칼 아이칸의 지분 매수 소식으로 7.38달러까지 급등한 뒤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2021년 주당 20달러를 넘나들었던 것에 비하면 3분에 1토막 난 가격이다. 지난해 제트블루의 매출은 96억1500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5%가량 늘어났지만, 2억3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작년 11월 장중엔 주가가 2011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3.42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휘청이는 美항공사 제트블루, 조지 소로스는 '역발상 투자' [글로벌 종목탐구]
제트블루의 손실은 불운과 경영 실책이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한 데다 기상 이변으로 항공편 취소가 잇따랐다. 에어버스 여객기에 탑재된 프랫앤휘트니 GTF엔진 결함도 발목을 잡았다. 7대의 항공기가 엔진 정비로 운항 불가 상태며, 정비 대상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버스 일변도로 편대를 꾸린 게 패착이란 지적이 나온다. 작년 7월 아메리칸 항공과의 제휴가 독점방지법 위반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며 파트너십이 종료된 것도 악재였다.

회심의 한 수로 추진 중인 스피릿항공 인수와 관련한 반독점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지난 1월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스피릿항공이 제공하던 저렴한 요금에 의존했던 여행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 항공업계 6위 제트블루가 업계 7위인 스피릿 항공을 38억달러(약 5조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한 것은 2022년이다. 제트블루는 스피릿항공을 합병해 기존 4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본격 경쟁을 벌일 계획이었다. 제트블루는 법원에 항소했고 소송은 진행 중이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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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대가들은 '저가 매수'

제트블루가 고전하는 가운데 일부 헤지펀드가는 제트블루 주식을 사들였다.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칼 아이칸이 지난달 제트블루 지분 9.91%를 보유하고 있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공시하자 주가가 한 때 급등했다. 조지 소로스도 제트블루 주식을 샀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소로스가 설립한 소로스 펀드는 제트블루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신규 편입했다.

월가 투자은행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트블루에 투자의견을 낸 곳 가운데 매수를 추천한 곳은 14%에 불과하고,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은 35.7%에 달한다. 투자은행들은 올해도 제트블루가 주당 75센트가량의 손실을 낼 것으로 평균적으로 예상한다. 신용평가사 S&P와 피치 모두 '부정적' 등급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제이미 베이커 JP모간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올 연말께 엔진 문제로 운항이 불가능한 항공기가 13~15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반면 대가들의 장기적 안목을 뒷받침하는 분석도 많다. 이번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얘기다. 애널리스트들은 제트블루의 강력한 비용절감 대책에 주목한다. 영업이익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부동산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약 25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투자를 연기하기로 했다. 항공기 엔진 결함으로 운항의 차질은 불가피하지만, 여객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익성만 회복할 수 있다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이클 리넨버그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스피릿항공과 합병 여부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트블루 주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제트블루의 혁신 문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제트블루는 설립 초기 효율화를 통해 전통 항공사보다 가격은 낮추고, 좌석 공간을 넓히고 비지니스 좌석을 운영하는 등 기존 저가항공사보다 좋은 서비스를 선보여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2013년 미국 정부의 안전 관련 규제가 풀리자마자 기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2021년엔 수소 항공 스타트업 유니버설 수소에 205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휘청이는 美항공사 제트블루, 조지 소로스는 '역발상 투자' [글로벌 종목탐구]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