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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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로 뛰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사진)이 서울 영등포을 경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부산 등 다른 지역구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2대 총선에서 현 정부 장관 출신들이 험지에 배치되거나 경선에 붙여지는 등 ‘장관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장관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영등포을 지역구 후보의 조속한 확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박용찬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장관직을 내려놓고 출마를 선언한 지 두 달 만이다. 그는 “다만 영등포을 탈환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역에서 신속히 전열을 정비해 결전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장관과 경선을 벌일 예정이던 박용찬 전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이 공천받을 전망이다.

박 전 장관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18∼19대)을 했다. 당초 경기 성남분당을 출마를 희망했으나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의 신경전 끝에 지역구를 옮겼다. 이후 영등포을 여론 조사에서 조직력이 우세한 박 전 위원장에게 밀리자 결과에 승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한 관계자는 “박 전 장관을 부산 지역으로 옮기는 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번 총선 들어 지역구만 세 번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의 여당 공천에서 현 정부 장관 출신들이 유독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 중·성동을에서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과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또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 중·영도에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충남 천안을에서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공천이 확정된 인사들도 야권 우세 지역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당초 서울 강남을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서울 내 험지로 분류되는 서대문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이외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대결이 예고됐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야권 강세 지역인 경기 수원병에서 뛰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