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포퓰리즘적 입법이 도를 넘고 있다. 어제는 ‘선 구제, 후 회수’ 방식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형평성 논란이 큰 ‘선 보상, 후 회수’ 대신 무이자 대출 등 금융지원 대폭 확대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지 불과 9개월 만의 일이다.

나랏돈으로 전세금을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보전하는 방식은 그 선의와 별개로 반시장적이고 위헌적이다. 다단계 금융사기, 코인사기 등이 속출하는 가운데 전세사기만 특별 대우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전세금 사기는 더없이 안타까운 일로 단죄해야 하지만 국가 예산 투입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뿐이다. 비슷한 요구가 빗발치는 것을 막기 어렵고 결국 국민 세 부담 증가와 재정 위협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고의 사기와 집값이 급락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전세사고를 구별하는 일도 간단치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해 집주인 대신 내준 전세금만 이미 3조원을 웃돈다. 구상권을 통한 회수율은 20%에도 못 미쳤다.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시행되면 HUG에 대한 재정 투입 및 전세보증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어제 총선 공약이라며 내놓은 ‘최저생계비 계좌 도입’ 방안은 더 걱정스럽다. 최저생계비 이하 예치금의 압류를 금지하는 은행 계좌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게 민주당 구상이다. ‘채무자 중심 보호체계 구축’이라는 그럴듯한 수사를 동원했지만 금융업을 사회복지업과 혼동하고 시장을 질식시키는 퇴행적 발상이다. 지금도 개별 법률에 근거해 일정액은 압류가 제한되고 금지된다. 보편적 압류금지 허용은 금융산업을 돈놀이쯤으로 생각하는 그릇된 접근이다.

민주당은 법정 최고금리보다 높은 대출계약을 전부 무효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 역시 무늬만 서민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금리를 급격하게 내리는 바람에 할부금융사가 시장에서 대거 철수해 서민 수백만 명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렸다. 서민을 빌미로 내세운 ‘대출계약 무효화’가 실행되면 신용사회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