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EU 농업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각지에서 농민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찰들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
26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EU 농업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각지에서 농민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찰들이 건물 앞을 지키고 있다. 로이터
농가 소득 보전 등을 요구하는 유럽 각국의 농민 시위대가 26일(현지시간) 오전 유럽연합(EU) 본부 앞으로 몰려들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폴란드-독일 국경 지역에서도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EU 농업장관 회의가 열린 가운데 유럽 전역에서 몰려온 농민들은 농산물 수입 계획 철폐, 보조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농업장관 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는 수 백대의 트랙터가 집결했다.

전날 밤부터 벨기에, 프랑스 등 각지에서 속속 도착한 트랙터들은 브뤼셀 도심을 점거했다. 일부 농민은 집행위와 이사회 건물 사이를 지나는 도로에 타이어 수십 개를 쌓아 올리고 건초를 덮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트랙터에는 'EU-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자유무역협정(FTA)을 중단하라', '수입 농산물은 공해' 등 현수막이 내걸렸다.

앞서 EU는 각지에서 확산한 트랙터 시위에 농민들의 휴경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을 사실상 제한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농가 행정부담 완화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2040년까지 농업부문 탄소배출을 저감하겠다는 환경 관련 규제도 폐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긴급 대책도 성난 농심을 달래진 못했다.

폴란드에서는 농부들이 독일과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봉쇄했다. 관세 없이 저가로 수입되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차단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선 도널드 투스크 총리와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농민들의 문제를 EU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