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서 퇴소하길 희망하는 서울시 장애인은 앞으로 전문가 단체의 평가를 받은 다음 '사회 적응 과정'을 거친 뒤 지원주택에 입소하게 된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성공적인 사회 정책을 돕기 위해 자립역량 점검부터 퇴소 후 지원까지 아우르는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26일 밝혔다. 무조건 '탈시설'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의 주장에 맞서 서울시가 타협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장애인 자립지원’ 개정안. /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 ‘장애인 자립지원’ 개정안. / 사진=서울시 제공
우선 시는 올해 시내 39개 시설에 거주 중인 장애인 1900명에 대한 자립역량을 조사할 계획이다. 퇴소 희망자는 의료진과 전문가의 심층 조사 거친 다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립지원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자립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시는 정신 상태, 의사소통 능력 등을 고려해 △우선자립 △단계적 자립 △시설 거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체계를 이번에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립을 희망하면 시설의 퇴소위원회에서 여부를 결정해 지원주택 입주를 돕는 절차로만 진행됐다”며 “그러다 보니 퇴소 후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서 건강이 악화한 사례 등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자립’이 가능하다 판단되면 자립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자립을 지원 절차에 들어간다. ‘단계적 자립’은 5년간 자립 연습 기간을 갖고 준비하는 단계다. 퇴소한 뒤에도 체험홈 등을 통해 자립생활을 충분히 경험한 후 지원주택과 민간임대주택 등 정착을 도움받을 수 있다. 시설에서 나간 뒤에도 스스로 자립이 어렵다고 느낄 경우에도 다시 시설로 돌아올 수 있다.

일각에선 모든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 사회에 적응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설문 조사 내용에 따르면 10명 중 3명(28%)은 본인이 퇴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장애인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애인이 시설 내에서도 개인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가정형 주거공간을 만드는 게 유력하다.

정상훈 시 복지정책실장은 "시설에서 퇴소한 장애인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지원 절차를 개선했다"며 "장애 유형·건강상태·소통능력·자립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최우선으로 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자립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