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기미가 안 보인다"…신재생 관련주 줄줄이 '하락'
신재생 에너지 관련주가 주저앉았다. 태양광 에너지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이 잇따라 발표되며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 철회를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8.19% 하락한 2만69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20년 7월 이후 최저가다. 태양광 사업을 운영하는 OCI홀딩스와 해상풍력 발전 기업 씨에스윈드 주가도 각각 5.04%, 5.32% 하락했다. 씨에스윈드 주가는 52주 최저가로 추락했다.

친환경 에너지 업체의 주가 부진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2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솔라엣지테크놀로지스 주가는 5.68% 하락한 69.93달러에 마감했다. 태양광 인버터·모듈 제조업체인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에만 23.74% 하락했다. 선파워와 인페이즈에너지도 같은 기간 각각 35.25%, 5.94% 내렸다.

부진한 실적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22일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4.6% 감소한 604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에는 태양광 모듈 재고 증가의 영향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이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회사는 4년 만에 현금배당(보통주 300원·우선주 350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솔라엣지테크놀로지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5% 감소한 7152만달러에 그쳤다.

태양광 모듈·인버터 공급 과잉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동남아시아산 태양광 부품에 6월까지만 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그전에 공급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관세 유예가 종료되면 재고 소진에 따라 시황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전반적인 실적 눈높이를 낮추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중장기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면 철회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에 국내 태양광 패널에 대한 높은 관세가 부과된 전례도 있다.

이날 다올투자증권은 한화솔루션의 목표주가를 4만7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하향했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로 낮췄다. 브라이언 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솔라엣지테크놀로지스에 대해 "태양광 수요 회복에 대한 가시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목표주가는 64달러, 투자의견은 '매도'를 제시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