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의사 없어 응급실서 하염없이 대기중" 발 동동
전공의 이탈 여파…대전충남 대학병원 입원환자 3분의 2로 줄어
"진료를 볼 의사가 없대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저희한테도 일어날 줄은…"
23일 오전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한 50대 보호자는 초조함에 발만 동동 굴렀다.

그는 "아들의 폐 관련 질환으로 급하게 병원에 왔는데, 흉부외과 응급진료를 볼 의사가 없다고 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뉴스에서만 보던 전공의 이탈 여파가 직접적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공의들의 집단 병원 이탈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응급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전·충남지역 대학병원의 신규 입원환자 규모는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에서는 전날까지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506명) 가운데 81.4%(412명)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시내 전체 전공의(527명)의 96%가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246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대부분 복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이탈 여파…대전충남 대학병원 입원환자 3분의 2로 줄어
대전을지대병원과 대전선병원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91명)이 여전히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다.

1천300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도 경증 환자는 퇴원을 유도하고 뇌심혈관계, 암 등 중증도가 높은 질환을 중심으로 수술실을 가동, 평소보다 30% 줄여 운영 중이다.

을지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도 신규 입원환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응급이 아닌 진료 과목을 중심으로 수술 일정을 연기, 정규 수술을 30% 취소해 운영하고 있다.

충남 천안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단국대병원의 입원 환자 수도 평소보다 30% 정도 줄었다.

충남 지역은 천안의 대학병원 2곳에 전공의 25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7명이 사직서를 내 191명에게 현장 복귀 명령이 내려졌지만, 두 병원 모두 실질적인 복귀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외래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전공의 이탈에 따라 비상 진료체계 운영 부담으로 병원들이 입원환자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입원 환자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을 보조하고 주치의로서 병동을 회진하며 처방을 지시하거나 처치하는 등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는 필수진료과목 위주로 전문의 중심의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어 큰 차질은 없지만, 인턴들의 수련 기간이 끝나 모두 이탈할 경우 사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근무 중인 인턴들도 필수과목 수련 일수를 못 채워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문의 수련 자격 인정 규정에 따르면 인턴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에서 14주 이상 수련 시간을 채워야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신문수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부장은 "대학병원들의 응급실 대기시간이 길어졌고, 외래환자 접수 건수는 약 처방만 하면 되니 오히려 다소 증가했다고 들었다"면서 "간호사들은 어차피 환자가 병동에 없으니 휴가를 가거나 차라리 무급휴직으로 쉬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여파…대전충남 대학병원 입원환자 3분의 2로 줄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