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대 정적' 반정부 운동가 사망에 일부 좌절감 토로
"'아름다운 미래의 러시아' 포기할 수 없다" 목소리도

"결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푸틴은 우리 모두보다 오래 살고 그의 유산은 오래갈 것이다.

"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서유럽 국가로 유학을 떠난 20대 초반의 러시아인 알리나는 자국의 대표적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이같이 토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교도소 수감 중에 사망했다.

나발니 측은 그가 살해됐으며 그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한다.

알리나는 "언젠가 나발니가 항상 꿈꿔왔던 '아름다운 미래의 러시아'로 돌아가기를 원했다"며 안타까움과 절망감을 드러냈다.

"자유·민주 향한 러 젊은이 열망도 나발니와 함께 사라져"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이런 목소리와 함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많은 러시아 젊은이의 열망이 나발니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고 전했다.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떠난 기술 전문가 표도르(23)는 "나발니는 정치가 실제로 무엇인지 보여준 사람"이라며 "20년이나 30년 후에는 정권이 바뀌고, 그가 석방되고 권력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있었지만 이제 그 꿈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해외 생활 중인 예브게니아 코르네에바(30)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누군가가 죽었고 실낱같은 희망도 죽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생전에 비정부기구인 '반부패재단'과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운영하며 러시아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퍼뜨리고 젊은이들의 참여도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태어난 20~30대는 고르바초프 정권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소비에트 연방 해체, 러시아-체첸 전쟁 등 격변기를 겪은 세대로 이들에게 나발니의 정치 행보는 푸틴 대통령과 비교해 참신한 것으로 비쳤다고 WP는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의 초강대국 지위에 대한 향수에 빠져 권력을 휘두르는 반면 나발니는 독립적인 사법부 수립, 강력한 대통령제의 의원내각제 전환, 의료·교육 강화 등을 주장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2021년 1월부터 수감 생활을 한 나발니는 27년간의 투옥 생활에서 벗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된 반(反) 아파르트헤이트(인종 차별 정책) 지도자 넬슨 만델라에게 비유되기도 했다.

"자유·민주 향한 러 젊은이 열망도 나발니와 함께 사라져"
이런 나발니의 죽음이 러시아 젊은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지만, 희망이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발니 측 매체의 부편집장 니키타 스투핀은 "나발니가 자유에 대한 열망과 밝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한 세대 전체에 심어줬다"며 "누구도 나에게서 이를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발니 추모비를 찾았다는 아나스타샤(28)는 "절망 끝에 우리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모든 사람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발나야는 지닌 19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알렉세이(나발니)는 푸틴에 의해 살해됐다"면서 "나는 알렉세이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나스타샤는 "그녀가 '아름다운 미래의 러시아'를 믿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힘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