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HR "나 돌아갈래~"
U&K 그룹의 강지원 대리는 바람난 남편에 의해 살해당한 후 환생하여 10년전의 인생을 다시 살고 있다. 인생 2회차를 살면서 자신의 불행한 운명을 바꾸고 남편이 되었을 사람에게 사이다 복수극을 펼친다. 운명 개척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기본 줄거리다.

물론 환생을 한다거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과거로 돌아가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법한 일이다. 회사에서 인사노무 문제를 다루는 이들 역시 과거에 미처 챙기지 못해 겪은 패소의 경험, 판례 변경이나 새로운 법리 등장으로 변화된 현 상황을 고려하면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대기업 인사노무쟁이 A, B, C, D 을지로 4인방이 까페에 모여 각자 바꾸고 싶은 운명을 얘기해본다.

A는 최근 수습근로자의 정식채용 거절과 관련한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서 패소해서 머리가 아프다. 수습기간 중 업무에도 소극적이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성격으로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말귀도 잘 못알아들어서 부서 동료들 모두 정식채용을 거절하는 데 동의하였는데, 이제 다시 돌아오게 생긴 것이다. 패소 이유는 평가 결과가 주관적인데다 업무소홀, 조직부적응 등에 관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A로서는 기왕 사람을 뽑았으니 처음부터 정색을 하면서 지적을 하기 보다는 격려도 해주고 다독이면서 함께 가기 위해 노력을 하였을 뿐인데, 증거가 없다는 게 억울하다. A는 과거로 돌아가면 수습직원이 조금이라도 잘못하는 게 있다면 반드시 지적을 하고 이메일로 근거를 남겨두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말서를 쓰도록 하는 등 처음부터 헤어질 준비를 철저히 해 놓겠다고 다짐한다.

B는 울분부터 토로한다. 통상임금 재직자 요건 때문이다. B가 재직 중인 회사는 끊임없는 통상임금 소송으로 몸살을 앓았고 노사관계까지 악화일로였다. 당시 회사는 패소 시 당장 부담해야 할 금전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지만 장래 부담까지 생각하면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 되었고 지급일 현재 재직할 것을 지급조건으로 하는 경우 고정성이 부정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하였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에 당시 회사에서는 통상임금 이슈를 매듭짓기 위해서 노동조합과 협의하였고, 그 결과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되 진행 중인 소송은 모두 취하하고,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 문제를 정리하되, 일부 항목에 재직자 조건을 설정하여 통상임금이 되지 않도록 하는 노사대타협을 하였다. 노동조합으로서도 회사가 망할 수는 없으니 상당한 양보를 한 결과였고, 재직자 조건 설정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B는 지금 재직자 조건이 있으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결론이 번복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밤새도록 노사합의를 위해 노력한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하소연한다. B는 과거로 돌아가면 재직자 조건을 두는 타협을 하지 않고, 노사관계가 엉망이 되든 말든 아예 임금항목에서 제외하는 등 초강수를 두거나 소송해서 받아가라는 입장을 취하며 끝까지 버티는 길을 택할 것이라고 한다.

임금제도 담당 C도 비슷한 고민이다. 성과급 때문이다. C가 소속된 회사는 회사의 경영성과가 달성되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주위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성과 분배 개념의 성과급은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에 산입하지 않고 있다. 원래 회사에서는 특별한 기준없이 경영진의 결정으로 성과급이 지급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였는데, 기준 없이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아마추어 같아 보이고 궁금해하는 직원들도 있어서 C의 팀에서 주도하여 경영성과 달성 조건 및 배분에 관한 간략한 지급기준을 만들었다. 그런데 공공기관의 경영성과급을 퇴직금 산정 시 평균임금에 넣어야 한다는 판결이 선고된 후 사기업의 경영성과급도 평균임금에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가 일응의 지급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평균임금으로 보는 중요한 근거라고 하니 C는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C 는 과거로 돌아가면 기준은 절대 만들면 안되고, 직원들이 뭐라고 하든 지급할지 말지, 지급시기나 지급액수도 경영진이 임의로 정하는 방향으로 해야 추후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강력히 주장할 생각이다.

D는 취업규칙 동의 절차로 고민이다.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적이 있는데, 나름대로 직원들을 팀별로 나누어 설명회를 개최하고 고용노동부가 가이드한 동의서 양식대로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진행하였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 당시 취업규칙 변경 시 집단적 동의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소송이 제기되었다. 전체 직원들을 불러 모아 설명회를 하지 않았고 팀단위의 설명회도 진행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D의 기억으로는 2만명의 직원을 다 모을 수는 없었고 분명히 팀 단위로는 설명회를 했고 당시 설명회에 활용할 PPT 양식도 아직 가지고 있다. 그런데 2만명을 다 불러모으고, 설명회를 하는 사진을 찍어두어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송담당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요즘 법원의 기준이 워낙 엄격하여 설명회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고 그 이유는 근로자들을 집단으로 모아 놓아야 사용자를 상대로 근로자들이 당당히 의견 개진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D로서는 직원 2만명을 도대체 어디 한 곳에 모을 것이며, 회식을 하더라도 4명이 하는 회식에서 더 말을 잘 하지 10명, 20명씩 있는 회식에서 직원들이 어떻게 편하게 말을 하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지만 법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다. D는 그때로 돌아가면 공설운동장을 빌려서라도 직원들을 전부 불러모으거나 적어도 몇 백명씩은 불러 모아 설명회를 진행하고, 설명회는 반드시 동영상을 찍어 놓으리라 다짐한다.

U&K 강지원 대리는 멋지게 복수에 성공하고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A, B, C, D는 현실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고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최대한 대응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판례가 바뀌는 것은 어떻게 대비하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대비가 쉽지가 않다. 판례 변경의 조짐에 촉각을 세우고 선제조치로 순응하거나 끝까지 버티고 승부를 보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여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