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기다렸다"…연출·배우들 도전 집약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종합]
1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사랑부터 이별까지 깊이가 다른 남녀의 시간을 무대에서 펼쳐내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프레스콜이 개최됐다. 현장에는 이지영 연출을 비롯해 박지연, 민경아, 이충주, 최재림이 참석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두 남녀 제이미와 캐시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헤어지기까지 5년간의 시간을 담고 있다. 극 전체가 노래로 이루어진 송스루 작품이며, 남녀의 시간이 역순으로 흐르는 독특한 전개가 몰입감을 배가한다.

이지영 연출은 "물리적으로 같이 있지만 다른 방향, 속도로 나아가는 남녀의 모습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자기만의 시간과 속도가 있는데 상대방도 그럴 거라 착각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회전 무대를 통해 두 배우가 서로 어긋나고 또 만나면서 심리적인 거리나 관계 등을 이미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국내에서 2003년, 2008년 두 번 공연됐다. 15년 만에 다시금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을 연출과 배우 모두 기다렸다고 한다. 이 연출은 "2003년도 초연을 보고 엄청나게 울었다. 인생 공연이라 생각하고 짝사랑을 해왔는데 연출 입봉작이 돼 영광이다. 매 순간이 기적 같다"며 웃었다.

이충주는 "2인극을 안 해본 게 아니지만, 제안받고 쉽지 않은 도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같이하는 배우들과 작품의 음악·텍스트를 봤을 때 배우로서 모든 걸 던져서 부딪혀볼 만한 큰 도전이고 가치 있는 행동이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덤볐다. 매일 매일 공연 중에 숙제를 풀어가고 있다. 이런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털어놨다.

박지연은 "너무나 사랑하고 오래전부터 꿈꿔온 작품이라 참여하는 데 큰 고민이 없었다. 아니 고민이 아예 없었다"면서도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공연이더라. 연습하면서 계속 퀘스트를 하나씩 깨는 기분이었다. 한 곡이 해결되면 또 다른 곡이 숙제가 되곤 했다. 다양한 보컬을 내야 하는 음악들이라 그런 부분들이 힘들지만 흥미롭고 재밌다"고 했다.

민경아는 "2인극이 참 어렵지 않냐. 기회가 온다는 자체가 날 믿고 써준다는 뜻이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배우라면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다. 내가 했던 것 중에 역대급으로 어렵다. 송스루가 처음인데 공부가 많이 됐다. 계속 공부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최재림은 '트레이스 유', '타지마할의 근위병'에 이은 세 번째 2인극이라 밝히며 "배우로서 책임져야 하는 분량은 이번이 제일 많은 것 같다. 상대방이 존재하긴 하지만 각자의 노래가 진행될 때는 온전히 배우의 힘으로 무대를 채워야 해서 연습 중에 그런 부분에서 많은 도전 의식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어 "공연 중에도 '죽을 것 같다'는 부분들이 곳곳에 존재했다"면서 "물리적으로 제일 힘든 건 스물세 살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에서 큰 장벽을 항상 느끼고 있다. '스물세 살 맞습니다'라는 대사를 뱉을 때마다 관객분들이 즐거워하셨으면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그는 "이 작품의 음악을 스물네 살에 처음 접했다. 지난 15년 동안 정말 많이 들었던 음악"이라면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10년 넘게 했는데 기회가 생겨 배우로서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기다렸다"…연출·배우들 도전 집약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종합]
"15년 기다렸다"…연출·배우들 도전 집약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종합]
"15년 기다렸다"…연출·배우들 도전 집약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종합]
총 14장으로 구성된 이 공연에서 배우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2인극의 특성상 상당히 세밀한 호흡을 요구하는데, 심지어 배우들은 100분간 퇴장 없이 연기와 노래를 이어간다.

이 연출은 "곡마다 길이가 길고, 고난도다. 쉬지 못하고 90분 동안 오롯이 무대를 책임져야 해서 어려운 선택이었는데 훌륭한 네 명의 배우들만 믿고 도전했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걸 발견해주셔서 무대를 채울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무대 퇴장이 없다'는 말은 배우들에게도 도전이었다. 최재림은 "연출님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한 곡 부르고 쉬다 나와야 하는데…"라면서도 "두 배우가 같이 무대에 존재하다 보니까 다른 시간대를 노래하는데도 캐시의 미래가 보일 때도, 과거가 보일 때도 있더라. 그런 지점에서 배우로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민경아는 "처음에 무대 밖으로 안 나갈 거라는 말을 듣고 '화장실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같이 있어보니 너무 좋다. 캐시는 시간이 역순으로 가는데 제이미의 덕에 감정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같은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니지만 은은하게 계속 상대를 흡수하고 과거를 회상하게 돼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박지연은 "연출님이 '서로의 시간에 책임이 있다'고 한 게 인상 깊었다"고 했고, 이충주는 "퇴장이 있다면 우리가 지금만큼 공연에 깊이 젖어있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은 오히려 퇴장이 있는 버전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끝으로 이 연출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 대해 "사랑의 본질을 추적해나가는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관객분들이 두 사람에 관해 논쟁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것에 이르게 되는 걸 보며 뿌듯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오는 4월 7일까지 공연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