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건과 같은 재판부…18TB 백업 서버 등 증거능력 배제
김동중 부사장은 증거인멸교사 유죄…징역형 집행유예
'증거인멸·횡령' 삼성바이오 김태한 前대표 1심 무죄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14일 증거인멸교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안모 전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부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역시 함께 기소된 김동중 삼성바이오 부사장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와 관련해 "김 전 대표가 2018년 5월 5일자 회의에서 김 부사장 등과 증거인멸을 공모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회의 말미에 자료삭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는 김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김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도 김 전 대표가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진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은 2018년 6월에도 증거인멸 관련 내용이 김 전 대표에게 보고됐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게 일반적인데 김 부사장은 조사가 진행될수록 진술이 구체적으로 변했다"는 등의 이유로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 등의 횡령 혐의에 대해선 "2019년 5월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18TB 백업 서버 등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이들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만큼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 당국이 압수한 증거 중 혐의사실과 관련한 것만 선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압수한 일부 증거는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증거는 같은 재판부가 지난 5일 선고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에도 제출됐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3천700여개에 이르는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렇게 주요 증거들이 배제된 것이 이 회장의 무죄 판단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전 대표는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2018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이 회사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문건 등을 위조·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액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 2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김 전 대표와 함께 증거인멸을 지시·실행한 혐의로 별도 기소된 삼성전자 전 재경팀 이모 부사장 등 임직원 8명은 2019년 12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중 7명에 대한 2심이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