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등을 활용해 절세하는 다국적 기업을 잡기 위한 글로벌 조세협업 체제가 가동되면서 기업 세무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100년 내 가장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평가다.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국제조세 개편은 두 축이다. 다국적 기업의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세(필라1)와 세율 낮은 국가의 법인을 활용해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매출 1조원(약 7억5000만유로) 이상의 다국적 기업은 해외 자회사에 최저한세(15%)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면 모회사가 추가 세액을 본사 소재지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데 국내 주요 대기업 중 여기에 해당하는 곳이 많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앞다퉈 글로벌 최저한세 대응팀을 꾸려 국제조세 자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 공략 나선 김앤장·태평양

로펌, 전담팀 구축 경쟁

최다 전담팀을 구성한 건 김앤장이다. 2022년 ‘신국제조세연구소’를 설립하고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서진욱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30여 명의 전문가를 모았다. 김앤장은 기획재정부의 필라2 국내 입법 용역을 맡았다.

태평양(BKL)은 2021년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조세대응팀’을 재편했다. 장성두 변호사, 장승연 외국변호사, 베트남 지역 전문가인 배용근 변호사를 필두로 필라1·2 전담 인력만 20명에 달한다. 지난해 9월엔 ‘국제규제·분쟁대응 연구소’도 출범시켰다.

화우는 현대자동차, 씨에스윈드 등에 글로벌 최저한세 자문을 제공했다.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동신 고문을 비롯해 김철수 대표관세사, 이준우·전완규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국제조세팀 안에 16명의 필라1·2 전담 인력을 뒀다.

광장은 2021년 기재부 세제실 및 OECD 조세 분야에서 일한 김정홍 미국 변호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최저한세 지원팀’을 구성했다. 국내 기업의 투자 구조에 정통한 박영욱·김상훈·이환구 변호사 등 총 15명의 전문가로 이뤄졌다.

율촌의 국제조세팀은 국내 기업의 수출 계약부터 이전가격 세제 자문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김동수·최용환·성민영 변호사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세종은 일찌감치 2020년부터 국제조세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을 맡은 백제흠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세종 국제조세연구소’를 설립했으며 7명으로 구성된 필라2 전담 대응팀을 운영 중이다.

미국 대선 결과 ‘변수’

올해 한국 베트남 등에서 글로벌 최저한세가 시행되면서 해외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법률 자문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최용환 율촌 변호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은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추가로 세금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자회사의 실효세율이 최저한세율에 미달하면 국내 모기업이 추가 납세 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도 글로벌 최저한세의 변수다. 장성두 태평양 변호사는 “법인세율 인하, IRA 폐지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글로벌 최저한세가 영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후 광장 외국변호사는 “미국이 필라1·2에 적극적으로 합류하지 않고 일방적 과세 방안을 마련하면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