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학원가 '재수 문의' 쇄도…'SKY' 학생들도 들썩
입시업계 '의대 특수' 불어…긴급 입시설명회에, 야간반 개설 고민
서울대 졸업생부터 직장인, 현직 교사까지 '의대 열풍'(종합)
정부가 내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의대 입시를 문의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의 문의가 벌써 쇄도하고 있다.

특히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의대 정원 확대 소식에 들썩이는 조짐이 보인다.

취업난으로 '의대 쏠림' 현상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의 파격적 확대로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N수생'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에서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려 총 5천507명을 뽑겠다고 발표한 직후 학원가에 의대 재수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대를 졸업했고 최근 취업까지 했는데 의대 재수를 희망한다는 문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초등학교 4년 차 교사도 학교에 다니면서 재수하겠다고 문의했다"며 "상대평가 시험이라 그렇게 경쟁하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현실적으로 조언해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의대 증원 관련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대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은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로스쿨 제도 도입 초기에 용감하게 진입한 사람은 항상 성공했다.

의사는 망해도 자격증이 보장되며, 일반 회사원의 삶과는 절대 비교할 수 없다.

지금 도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라온 글 중에는 2000년대 학번으로 최소 15년 전 졸업한 서울대 출신 직장인이 반수를 위해 내신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도 있었다.

한 서울대 졸업생은 "제조 대기업 1년 차인데, 고민하다가 오늘 학원 온라인 수강권 끊었다"며 "일단은 되든 안 되든 (의대 도전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한 직장인도 "세전 연봉 1억5천만원이고 기혼이라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의대) 지역인재전형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졸업생부터 직장인, 현직 교사까지 '의대 열풍'(종합)
종로학원은 의대 준비생이 2024학년도 9천500여명에서 내년에는 1만5천800명 수준으로 6천여명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비율을 60% 선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지방 유학'에 대한 문의도 학원가에 쇄도하는 상황이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만 해당 지역 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다.

전국전형에 비해 수도권 학생들 지원이 막혀 있어 경쟁률과 합격선이 낮은 편이다.

내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2천명 이상 확대할 경우 지역인재 선발 인원이 기존의 1천68명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2천18명이 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임 대표는 "어제부터 초등학교 학부모가 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데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느 지역이 좋을지를 물어보고 있다"며 "이미 지역으로 내려가는 것은 유리하다고 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파격적인 증원 방침에 학원가에서는 입시설명회를 앞다퉈 실시하고 야간반 증원을 고민하는 등 '의대 특수'가 생길 분위기다.

종로학원은 당장 이날 오후 7시에 의대 증원과 관련한 입시 설명회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보통 이맘때 설명회를 하면 몇백명 정도 오면 많이 오는 건데 이날 오전 기준으로 벌써 3천명 넘게 신청했다"며 "이례적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몇백명 정도 확대라면 미미했을 텐데, 2천명 증원은 서울대 (이공계열) 하나가 더 생기는 결과"라며 "현장에 있는 우리한테도 큰 변화다.

재수를 희망하는 학생과 학부모한테도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늘어난 의대 정원 2천명은 서울대 자연계열 입학생 수(1천844명)를 넘어선다.

메가스터디 또한 13일 오후 7시 30분에 서초메가스터디학원 의약학전문관에서 '의대 증원에 따른 입시 판도 분석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메가스터디는 "이번 설명회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발표에 따라 특별 기획됐다"며 "상위권의 정시 합격선이 하락하는 등 여러 변화가 예측되며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 소장은 "최근엔 학령인구 감소로 재수생이 별로 없어서 학원 반 확대를 생각하지는 않았었다"며 "한 번도 야간반을 열어본 적이 없는데, 문의가 많다면 (반수생을 위한) 야간반을 열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반수를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니는 것이 유리한데, 이를 위해 지방권 약대 등 인기학과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에 중복으로 합격했을 때 서울에 남으려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대표는 "예전 같으면 지방권 약대에 붙으면 지방권에 가서 의대를 위해 반수를 준비할 수 있는데, 이제는 서울권 이공계 학교에 남아서 재수를 준비하는 경향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