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다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충정로 라이온코리아 대표 본사에서 만난 한상훈 대표가 회사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경 기자
지난 5일 서울 충정로 라이온코리아 대표 본사에서 만난 한상훈 대표가 회사 CI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미경 기자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한상훈 라이온코리아 대표(58)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던 2019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세탁세제 비트, 주방세제 참그린, 손 세정제 아이깨끗해 등을 판매하는 라이온코리아는 일본 라이온사의 지분이 100%인 생활용품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9년 '노재팬' 여파로 전년(1860억원) 대비 매출이 14.8% 감소했다.

노재팬 당시 일부 일본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지만 라이온코리아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에는 190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불매운동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했다. 한 대표는 "회사가 그간 지역사회에 기여한 내용들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라이온코리아의 지역 사회 기여도를 언급하면서 가장 먼저 꺼낸 얘기는 본사 배당금 관련 내용이다. 그는 "2014년 대표에 취임한 이후 한 번도 본사에 배당한 적이 없다"며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제품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본사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라이온코리아가 한국시장과 관련해 특히 자랑스러워하는 점은 국내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이온코리아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첫해인 1991년부터 인천 중구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라이온사 제품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인천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224명은 전원이 한국인이다.

현지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덕에 한국인 소비성향에 맞는 맞춤형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었다. 한 대표는 인천공장에서 생산하는 비트 세제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소비자는 김치와 쌀을 많이 먹지 않느냐"며 "빨간 국물을 제거하거나 밥풀 같은 끈적한 오염물을 제거하려면 계면활성제와 효소의 조합이 다른 나라 제품과는 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라이온사가 진출한 11개 국가 가운데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건 한국과 태국 2개국뿐이다.

라이온코리아의 중장기 목표는 제품군 다양화를 통해 2030년 연 매출 4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매출 비중이 4%에 불과한 헬스케어(의약품·건강기능식품·화장품)제품을 확대해 2030년엔 매출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상품을 늘리면서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든다'는 회사의 가치는 이어가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한 대표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려면 명확한 효과가 있어야한다"며 "화장품을 예로들자면 식약처에서 명확하게 인증받은 제품만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상품도 적극 늘릴 예정이다. 라이온코리아는 최근 한국에서 캡슐형 세탁 세제 시장이 커진다고 보고 관련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생활용품 사업은 모멘텀이 발생한 시기에 적절하게 뛰어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캡슐세제 시장 규모는 434억원으로, 2019년(156억원) 대비 178.2% 커졌다. 2028년엔 88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