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부장 참석시켜…관영매체 "美, 중국이 보인 성의 소중히 여겨야"
美中, 펜타닐 등 마약 대응 워킹그룹 출범…정상회담 합의 이행(종합)
미국과 중국이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포함한 마약류 제조 및 밀수에 공동 대응하는 워킹그룹(실무그룹)을 출범시켰다.

백악관 보도자료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30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양국 마약 퇴치 워킹그룹 회의를 개최했다.

양측은 마약 제조 및 밀거래 단속을 위한 법 집행 조치 조정,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이는 전구체와 제조 장비의 오용 문제 해결, 국제 범죄조직 네트워크의 불법 자금 단속 등에 대해 공조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아울러 양측은 정기적인 관련 정보 공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대표단은 제니퍼 다스칼 백악관 국토안보 부보좌관과 국토안보부, 법무부, 재무부, 백악관 국가약품통제정책실 당국자 등으로 구성됐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날 중국 측에서는 현 공안부장(장관) 겸 국무위원인 왕샤오훙 국가마약단속위원회 주임이 나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왕샤오훙 주임은 회의에서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중요한 합의를 토대로 상호존중, 평등·호혜를 기본원칙으로 삼아 마약퇴치 사업을 실질적으로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왕 주임은 이어 각자 관심사와 우려를 적절히 해결하고 법 집행과 안보 협력을 심화시킴으로써 중미 관계의 안정과 건강한 발전에 동력을 불어넣기를 희망한다고도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미중 양국이 마약퇴치 협력을 위한 실무그룹을 정식으로 출범시켰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펜타닐 차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근교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펜타닐의 미국 반입 차단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

이번 워킹그룹 출범은 정상간 합의의 이행 차원에서 이뤄졌다.

미중간 마약 퇴치 협의 채널은 과거에도 가동됐지만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이 양국간 마약 퇴치 협력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한 이후 1년 5개월간 기능을 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과다 복용이 18~49세 사망원인 1위가 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의 마약 조직에 펜타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지할 것을 중국 정부에 거듭 요청해 왔다.

미중관계가 심각한 갈등을 겪는 동안 미국의 협조 요청에 미온적이던 중국은 작년 11월 미중정상회담 이후 일정한 성의를 보이는 양상이다.

이날 워킹그룹 첫 회의에 장관급 이상인 국무위원이자 경찰 조직 총괄 책임자인 왕샤오훙을 참석시킨 것도 유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이번 워킹그룹 출범에서 보인 중국의 성의를 우회적으로 강조하면서 미중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미 마약퇴치협력 재개는 어렵게 이뤄낸 것"이라면서 "미국이 워킹그룹 출범을 계기로 중국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평등하고 실무적인 마약퇴치 협력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펜타닐 문제 대응과 관련, 미국은 중국이 보인 성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민일보 계열의 관영지 환구시보는 전날 사평(사설)을 통해 "중국은 펜타닐로 인한 미국 국민의 고통에 공감하고 위기 해결을 돕기 위해 충분한 성의와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는 미중관계의 대국적인 견지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양국관계를 다룰 때 중국이 성의를 보였던 것처럼 상대방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美中, 펜타닐 등 마약 대응 워킹그룹 출범…정상회담 합의 이행(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