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돌보며 사랑에 눈뜨는 민상 역…"윤여정 같은 어른 되고 싶어"
'도그데이즈' 유해진 "지천명 멜로장인요? 그저 극에 스며들 뿐"
"'지천명'이란 수식어를 꼭 붙여야 하나요? 뭐, 나이를 떠나 멜로야 늘 좋죠. '달짝지근해'로 다행히 한고비는 넘은 거 같은데, 이번에도 잘 봐주시면 좋겠네요.

"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해진(54)은 '지천명 멜로 장인'이 돼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웃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달짝지근해: 7510'에서 처음으로 로맨스 연기에 도전했던 유해진은 다음 달 7일 개봉 예정인 '도그데이즈'에서 다시 한번 로맨스 연기를 펼친다.

이번엔 김서형과 호흡을 맞췄다.

이 영화에서 유해진은 '영끌'로 2층짜리 건물을 사들인 싱글남 민상을 연기했다.

1층에 입주한 동물병원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나거나 마당에서 개똥이 밟히곤 하는 걸 못 참는 민상은 동물병원장 진영(김서형)과 늘 티격태격하지만, 뜻밖의 일로 유기견 한 마리를 돌보게 되면서 진영과 가까워진다.

유해진은 로맨스 연기에서 자신만의 강점이 뭐냐는 질문에는 "강점이라고 할 만한 건 없는 거 같다"며 "그저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그게 통하면 멜로든 스릴러든 관객들이 받아주는 것이고, '쟤가 왜 갑자기 멜로야?'라는 반응이 나오면 내가 (연기를)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해진의 멜로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나오자 쑥스러웠던지 "화이팅"이라고 외치면서 얼버무렸다.

'베테랑'(2015), '공조'(2017), '택시운전사'(2017), '1987'(2017), '말모이'(2019), '봉오동 전투'(2019), '올빼미'(2022) 등 굵직한 출연작들이 보여주듯 유해진은 코미디, 액션, 스릴러,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기만의 연기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관객들이 볼 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악역이든 뭐든 전반적으로 친근감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그데이즈' 유해진 "지천명 멜로장인요? 그저 극에 스며들 뿐"
'도그데이즈'에서 민상이 유기견을 돌보면서 까맣게 잊어버린 어린 시절 강아지와의 기억을 떠올리는 설정은 유해진의 제안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한 결과라고 한다.

자신이 어린 시절 실제로 겪은 일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아마 초등학교 2∼3학년 때였어요.

우리 강아지 이름이 '쫑'이었거든요.

내가 어딜 다녀왔는데 집에 강아지가 안 보이는 거예요.

어딘가로 팔려 갔던 거로 기억해요.

그때 얼마나 상처가 컸던지…."
민상의 모습은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과 겹친다.

유해진은 민상에 대해 "(어린 시절의) 모든 걸 잊고 그저 회사만 다니는 사람으로, '건물 소유에 출세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이 강아지를 매개로 자기를 돌아보고 이성과도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도그데이즈'에서 민상과 진영의 이야기는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윤여정)와 MZ 세대 배달원 진우(탕준상)의 이야기와 주거니 받거니 교차하면서 전개된다.

보육원에서 아이를 입양하는 부부 정아(김윤진)와 선용(정성화)의 이야기가 여기에 끼어든다.

유해진은 민서와 진우의 이야기를 보면서 자기도 감동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민서가 진우에게 '내가 살아 보니 이렇더라'고 하는 말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한 게 정말 좋았다"며 "그 장면에선 짠한 마음에 눈물도 훔쳤다"고 말했다.

유해진이 윤여정과 함께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윤여정에 대해 "평소 말씀도 직설적으로 하시는 편이라 처음엔 혹시라도 내가 NG라도 낼까 봐 긴장했는데, 현장에서 우스갯소리도 많이 하고 가까이 대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좋은 어른이냐는 질문엔 "윤여정 선배님과 같은 어른"이라며 "꼰대 같은 사람이 혼내는 말이 아니라, 내가 흔들리거나 갈피를 못 잡을 때 필요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도그데이즈'는 나문희·김영옥·박근형 주연의 '소풍', 조진웅·김희애 주연의 '데드맨'과 설 연휴 극장가에서 경쟁을 벌인다.

유해진은 "영화가 자극적이거나 화려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너무 그쪽으로 치우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도그데이즈'처럼) 말랑말랑한 영화,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 등 다양한 영화가 섞여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그데이즈' 유해진 "지천명 멜로장인요? 그저 극에 스며들 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