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고양·수원·의정부, 서울 여의도·동대문…. 윤석열 대통령이 올 들어 각 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대신해 민생토론회를 연 지역들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소 선정에 주제 외에 또 한 가지 고려 사항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지역이 모두 국민의힘이 ‘승부처’로 삼는 여당 열세 지역이라는 것. 민생토론회 장소를 보면 수도권 내 총선 격전지를 알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격전지 찾은 윤 대통령

용인·고양·수원 찍고 의정부로…윤 대통령 가는 길이 곧 '총선 격전지'
윤 대통령은 25일 현장 민생토론회를 위해 의정부를 찾았다. 의정부는 여당에 험지로 분류된다. 의정부갑은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의정부을도 홍문종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에 의석을 뺏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곳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기존 노선 연장과 신규 노선을 신설하는 2기 GTX 사업을 발표했다.

지난 4일 첫 민생토론회를 위해 방문한 용인도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행사가 열린 중소기업인력개발원 소재지는 용인갑(처인구) 선거구로, 지역구가 나뉜 이후 16~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리 승리했다. 19대부터는 국민의힘이 다시 승기를 잡긴 했지만, 21대 정찬민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공석이 됐다. 현직 의원이 구속된 만큼 민주당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됐다는 게 정치권 얘기다.

용인을도 16대 총선 이후 내리 민주당 텃밭이었고, 용인정은 20~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18~20대에 국민의힘이 승리한 용인병조차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에 자리를 내줬다.

10일 두 번째 민생토론회가 열린 고양도 비슷하다. 지난 총선에서 4석 중 민주당이 3석, 정의당이 1석을 차지했다.

세 번째 민생토론회가 열린 수원(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도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 총선에서 5개 지역구를 모두 민주당에 내주며 참패했다.

과거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리 5선을 한 수원병도 최근 총선에선 민주당이 완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올해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준 전 국세청장,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 거물급 인사를 잇따라 투입하며 무게를 싣고 있다.

○선거 간접 지원, 효과 있을까

네 번째 토론회가 열린 여의도(영등포을)도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한 야당 강세 지역이고, 다섯 번째 방문지인 동대문도 비슷하다. 동대문갑은 1대 총선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당선된 곳이다. 동대문을도 홍준표 대구시장의 옛 지역구다. 그러나 보수 색채가 옅어졌다. 19대 총선 이후로 두 지역구 모두 민주당이 당선됐다.

대통령실은 “행사 성격에 맞는 장소를 골랐을 뿐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원 사격’ 성격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서울과 경기에서의 승리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윤 대통령이 연초부터 민생토론회를 핑계로 수도권의 여당 약세 지역을 돌아다니며 총선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도 21대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 7회에 걸쳐 지역 현장 행보에 나섰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