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브라틸로바·에버트, 여자프로테니스 파이널 사우디 개최 반대
'테니스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와 크리스 에버트(이상 미국)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시즌 최종전의 사우디아라비아 개최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나브라틸로바와 에버트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WTA 투어 시즌 최종전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한다는 계획은 여자 테니스와 WTA 투어의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WTA 투어는 올해 11월 초 시즌 최종전 WTA 파이널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회는 한 시즌 상위 랭커들만 모여 치르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로 2023년에는 멕시코에서 열렸다.

올해 대회 개최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사우디아라비아 개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나브라틸로바와 에버트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인권 문제가 있고, 성소수자를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다"며 "특히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에 대한 문제점이 장기간 국제적인 관심사가 되어온 나라"라고 지적했다.

나브라틸로바와 에버트는 나란히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18번씩 우승한 '테니스 전설'들이다.

이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WTA 파이널을 여는 것은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의미한다"며 "개최지 결정 이전에 공개적이고 투명한 토론 과정이 있어야 하고, 인권 전문가가 선수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한다"고 WTA 투어에 요구했다.

일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포츠 대회를 여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나브라틸로바와 에버트는 "이런 곳에서 대회를 여는 것은 여성 스포츠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중대한 후퇴를 의미한다"며 "이런 상황이 앞으로 5년 내에는 바뀌기를 바라고, 그런 변화가 생긴다면 우리는 그 나라에서 대회 개최를 지지할 것"이라고 변화가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는 이미 지난해 말 21세 이하 상위 랭커들이 출전하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했고,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등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 참가했다.

또 라파엘 나달(스페인) 역시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테니스협회와 홍보대사를 맡기로 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