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카이토 이츠키가 자신의 작품 ‘다섯마리 새와 있는 노란 마스크’(왼쪽)와 ‘뒤집힌 순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갤러리밈 제공
일본 작가 카이토 이츠키가 자신의 작품 ‘다섯마리 새와 있는 노란 마스크’(왼쪽)와 ‘뒤집힌 순환’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갤러리밈 제공
“현대미술은 아름답지도 않은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홋카이도 출신 작가 카이토 이츠키(31)의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의 작품은 예쁘장하지 않은 데다 사실적이지도 않다. 혈관과 배설물 등 기이한 소재와 독특한 색상이 자아내는 불협화음은 보는 이에게 불편한 감정마저 자아낸다. ‘사회와 개인의 관계’라는 주제도 난해하다.

그런데도 미술 애호가들과 미술계는 그의 작품에 환호한다. 20대 중반부터 일본 미술 전문 매체들의 ‘주목할 만한 작가’ 목록에 단골로 이름을 올려온 카이토는 지난 몇 년 새 한·중·일과 영국, 스위스 등지에서 총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며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5월에는 중국 유명 현대미술관과 대규모 특별전 개최를 조율 중이다.

○아시아·유럽 등에서 10여 차례 개인전

카이토의 작품 '벨트들과 배'를 이용한 포스터 이미지.
카이토의 작품 '벨트들과 배'를 이용한 포스터 이미지.
기이하고 어려운 카이토의 그림이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독창적인 화풍, 독특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더 자세한 답이 필요했다. 그래서 카이토 특별전이 개막한 지난 17일, 전시장인 서울 인사동 갤러리밈을 찾아가 물었다. “당신 작품이 기괴해 보이는데도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뭔가요?”

“그래요? 저는 제 그림이 귀엽다고 생각하는데요.” 카이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 작품의 주제는 ‘인간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옭아매는 모습’입니다. 제 그림이 왠지 마음에 든다면, 보는 사람 역시 ‘사회생활’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카이토는 중·고교 시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난 성격 때문이라거나 따돌림을 당했던 건 아니다. 단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게 피곤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춘기 학생들의 친구 관계라는 게 원래 복잡한 데다 다른 사람 시선을 특히 많이 신경 쓰는 일본이어서 더 어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중·고교 시절 느낀 어려움은 제 기억에 깊이 남아 작품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작품 모티브

'다섯마리 새와 있는 노란 마스크'.
'다섯마리 새와 있는 노란 마스크'.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어려움’이 주제인 만큼 그림 속에서는 불편함과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섯 마리 새와 있는 노란 마스크’가 단적인 예다. 작가는 “새는 사회를, 마스크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위해 쓰는 가면을 상징한다”며 “그런 가면들이 모여 사회를 만들고, 사회가 또다시 사람들에게 가면을 쓰도록 한다는 걸 물방울과 관을 통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상징들은 자신의 경험과 일상생활에서 수집한 것이다. 새의 이미지는 예전에 만났던 남자친구가 키운 반려 앵무새에서 따 왔다. “그 앵무새가 저를 아주 잘 따랐어요. 그런데 한 번은 제가 해외에 나가느라 몇 달 동안 앵무새를 못 본 적이 있었죠. 귀국 후 오랜만에 앵무새를 만났는데, 잔뜩 화가 나서 저를 물어뜯더군요. 어디 갔다 이제 오냐는 거죠. 재미있지만 조금은 이상하고 기괴한 그 상황에서, 인간과 사회가 맺는 뒤틀린 관계가 떠올랐습니다.”
'뒤집힌 순환'.
'뒤집힌 순환'.
카이토의 작품은 개성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인 게 색상이다. 그의 작품에는 어두운색이 많다. 일본 작가 대부분이 어두운 색상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카이토는 “내 작품은 그 어느 문화권에도 속해 있지 않은 독창적인 화풍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어린 시절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건 왜 이리 힘든 걸까? 어쩌면 나는 이 세상과 잘 맞지 않는 게 아닐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은 옅어졌지만 누구나 사회생활에 지쳐 그런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제 작품에 공감하고, 다시 ‘사회생활’을 할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오는 3월 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