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 붕괴"…전국 인문대학장, 무전공 모집 추진에 반발(종합)

"시류 따라 소수 인기학과 선택할 것"…즉시 중단 촉구 성명
"'무전공 선발' 미국 대학과 사정 달라…대학 자율에 맡겨야"

전국 대학 인문대학장들은 24일 교육부의 무전공 입학생 확대 방침이 기초학문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국인협)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인문대에서 성명을 내고 "대책 없는 무전공 모집제도 도입은 기초학문의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며 "교육부는 무전공 모집 계획을 즉시 중단하고 모집 단위를 비롯한 학사 제도를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적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기보다 결국 시류에 따라 소수 인기학과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지금도 소위 인기학과는 복수전공 등을 통해 지나치게 많은 학생이 몰려와 교육여건이 열악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데 무전공 모집제도까지 도입되면 이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학문 생태계는 병들어가고 있다"며 "의료계의 상황처럼 특정 분야로의 인재 쏠림은 우리 사회 발전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무전공 모집 도입에 앞서 대학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들은 "1월 하순에 접어든 현재도 교육부는 구체적인 추진 계획도,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학은 곧 무전공 모집을 포함하는 입시 요강을 발표해야 하고 내년 3월에 무전공 학생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구실로 대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면서 "국공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고 무전공 모집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해서 추진하는 교육부의 무전공 모집안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국인협 회장을 맡고 있는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 학장을 비롯해 9개 대학 인문대 학장이 참석, 무전공 제도가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강 학장은 "미국의 경우 (학생들이 선호하는) 의대, 치대, 약대, 경영대, 법대 교육을 모두 전문대학원에서 제공하는데 한국은 이런 학과가 학부 단위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전공을 도입하면 두 가지 이질적인 제도가 혼합돼 부작용이 부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이달 말 최종안을 만들어 대학에 전달하기 전에 전국 인문대학장들이 어떤 우려를 가지고 있는지 교육부에 전달할 필요가 있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양재용 강원대 삼척캠퍼스 인문사회디자인스포츠대학 학장은 "교육부의 무전공 확대는 탁상공론"이라며 "결국 대부분은 인기학과로 가고 그만두는 학생들도 많다.

미국 대학, 다른 대학은 몰라도 우리나라 지방대 현실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가 최근 마련한 시안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과 거점 국립대 등은 2025학년도부터 무전공 선발을 확대해야 정부로부터 인센티브 사업비를 받을 수 있다.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은 2025년도 신입생부터 '무전공' 또는 '자유전공'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