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시멘트·레미콘업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당장 수요가 급감하진 않지만 신규 착공 현장이 순차적으로 줄어들면 수개월 뒤 직격탄을 맞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출하량 줄었다…시멘트·레미콘 업계도 '폭풍전야'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레미콘·시멘트업계의 신용등급을 ‘중립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사업 환경과 실적 방향은 ‘비우호’와 ‘저하’로 각각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주택 수주 부진 등 경기 전반의 불황으로 시멘트와 레미콘 등 건자재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시멘트·레미콘업계 실적은 건설업계 실적이나 부동산 지표보다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 늦게 반영된다. 착공 후 자재 납품이 이뤄져야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근 출하량이 감소해 업계에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한 시멘트사는 지난달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 줄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1월이 원래 비수기이기 때문에 당장 업황을 따지기에는 섣부른 측면이 있다”면서도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 수요가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출하량 감소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우려했다.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과 환경·안전 기준 강화 등도 악재다. 전기요금은 시멘트 제조 원가에서 20~25%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말 ㎾h당 평균 10.6원 오르면서 원가 비중이 3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한 친환경 설비 비용도 시설 투자 후 안정화되기까지 수천억원이 들고, 유지비도 1년에 수백억원씩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최근 3년 새 시멘트 가격이 약 42% 오른 덕분에 출하량이 줄어들어도 매출 등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선방한 것으로 추산된다.

레미콘업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레미콘은 시멘트를 공급받아 건설현장에 납품한다. 지난해 가격이 오른 시멘트와 달리 레미콘 가격은 아직 인상하지 않았다. 올해 건설회사들과 충돌하고 있는 이유다. 이달 초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레미콘업계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결국 협상 끝에 6.25%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광주·전남 지역 공사가 재개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갑’과 ‘을’이 뒤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현장은 그럭저럭 이어가고 있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착공에 문제가 생기는 현장이 있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