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내부 분열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허리띠를 졸라매자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독일 연방의회 예산위원회는 4786억유로(약 694조원) 지출과 390억유로(약 57조원) 상당의 신규 차입을 포함한 2024년도 수정 예산안을 의결했다. 수정 예산안은 각종 보조금을 삭감하고, 항공 교통세 등을 인상하며 170억유로 상당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내용을 담았다. 독일 정부는 2021년 코로나19 대응에 쓰이지 않은 예산을 기후변환기금(KTF)으로 전용해 신규 사업에 투입하려다가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독일 전역에선 긴축예산이 의결되기 전부터 반대 시위가 펼쳐졌다. 이달 10일 독일 철도 기관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고, 농민들도 8일부터 15일까지 거리에 나와 반대 시위를 펼쳤다. 독일 컨설팅업체 테네오의 연구 부국장인 카스텐 니켈은 CNBC에 “1906년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녹색당으로 이뤄진 연립정부 지지율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15일 독일 리서치업체 포르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립정부 지지율은 32.4%에 그쳤다. 2021년 9월 52%에서 2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연립정부 내부의 파열음은 커지는 모습이다. 재정 준칙을 우선시하는 자유민주당과 기후정책을 밀어붙이는 녹색당 사이의 갈등이 격화됐다.

연립정부 관계자는 FT에 “두 정당의 관계가 날로 악화하면서 2025년 의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연립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