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다자녀 부모 간담회 개최
"혜택 몰라서 못 받아…출생 신고 때 알려줬으면"
"다자녀인데도 소득 올랐다고 오히려 정부 지원 줄었네요"
"다자녀 가구라고 하면 나라에서 많은 혜택을 주는 줄 알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셋째가 태어났는데, 신랑 소득이 조금 올랐다고 오히려 혜택을 못 받게 됐어요.

"
보건복지부는 18일 한국보육진흥원에서 '패밀리스토밍 네 번째 이야기: 다자녀 부모 간담회'를 개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천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48만4천명)보다 5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둘째아는 18만4천 명에서 7만6천명으로 58.7%, 셋째아 이상은 5만600명에서 1만6천900명으로 66.6% 급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자녀 둘 이상을 키우는 다자녀 가구의 부모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요즘 같은 저출생 시대에 자녀 여럿을 키우고 있는데도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에서 6세, 4세, 2세 자녀 셋을 키우는 어머니 A씨는 "첫째랑 둘째를 키울 땐 신랑 사업이 잘 안돼서 기저귀 바우처, 급식 카드 등 저소득층이 받는 혜택을 받았는데, 사정이 나아지니까 셋째를 낳았는데도 오히려 혜택을 못 받게 돼 마음이 허했다"고 토로했다.

"다자녀인데도 소득 올랐다고 오히려 정부 지원 줄었네요"
서울에서 22개월 된 남매 쌍둥이를 키우는 아버지 B씨도 "가족한테 더 잘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데, 돈을 많이 벌어서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을 못 본다는 건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맞벌이를 안 한다는 친구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론 지원 대상을 결정할 때 소득도 중요한 고려사항이겠지만, 다자녀 가구라면 누구나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하는지 알지 못해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에서 자녀 넷을 키우는 여성 C씨는 "기저귀 바우처를 넷째를 낳고 나서야 받았다"며 "그런 혜택이 있는지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으므로, 동사무소에서 내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씨도 "동사무소 직원이 정부 지원책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또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혜택은 동사무소 직원이 모른다"며 "기관 간 정보 연계가 잘 되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도에서 교사로 일하며 아이 넷을 키우는 D씨는 "출생신고를 할 때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안내받고, 의무적으로 신청하도록 한다면 '아이 낳을 만하네'라는 생각일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이 출산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D씨는 "일을 너무 하고 싶어서 사실 셋째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좌절했고, 경력 단절이 생길까 봐 눈물이 났다"며 "하루에 한두시간 씩 근무 시간을 줄이는 '단축 근무제도'를 의무화한다면 여성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일하면서 아이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3살짜리 딸과 3개월 된 아들을 둔 아버지 E씨는 "아내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인다"며 "요즘은 40∼50대는 한창 일할 나이인데, 한국에서는 40대 이후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직장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여건만 된다면 둘 이상의 자녀를 원하지만, 실제 둘 이상의 자녀를 낳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며 "다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는 데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