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부터 6개 도시 투어…"한국·카자흐스탄 등 단원 국적 다양"
한국 찾은 빈소년합창단 "고음 두성으로 내니 부드럽죠"
맑고 투명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지닌 오스트리아 빈 소년 합창단이 지난해에 이어 한국 관객들에게 '천사들의 합창'을 선사한다.

526년 역사를 지닌 빈 소년 합창단은 19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울산, 통영, 서울, 세종, 춘천 총 6개 도시에서 8차례 공연한다.

서울 공연은 23일 예술의전당, 24일 롯데콘서트홀, 28일 관악아트홀에서 열린다.

지휘자 지미 치앙은 18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빈 소년 합창단이 지닌 사운드의 특징은 발성법과 레퍼토리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합창단에서는 고음을 낼 때 반드시 두성을 사용하도록 한다"며 "두성으로 소리를 내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천사들의 목소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합창단에서는 흉성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억지로 소리를 내는 것 같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매주 미사에서 사용하는 클래식 곡 위주의 레퍼토리도 빈 소년 합창단만의 사운드를 만드는 요소입니다.

"
한국 찾은 빈소년합창단 "고음 두성으로 내니 부드럽죠"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막시밀리안 황제의 칙령으로 조직돼 궁정성가대로 성장해왔다.

슈베르트와 하이든이 소년 시절 단원으로 활동했고, 베토벤이 17세 때 합창단 반주를 맡았던 곳이기도 하다.

단원들은 합창단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초·중·고교 프로그램과 오디션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다른 과목들과 함께 음악 교육을 받고, 모차르트·슈베르트·하이든·브루크너 4개 팀으로 나눠 활동하며 해외 투어를 다닌다.

합창단의 에리히 아르트홀트 대표는 "아이들이 전 세계를 돌며 여러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며 "특히나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하면 '오픈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찾은 빈소년합창단 "고음 두성으로 내니 부드럽죠"
이번 투어에는 한국인 단원 중 한 명인 구하율(11) 군도 함께한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구 군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많이 좋아했고, 노래 실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다"며 "아버지가 학교를 찾던 중 가장 수준 높은 학교를 보내주셨다"고 입단 계기를 밝혔다.

"학교가 특별한 만큼 저도 특별하다고 생각돼서 (생활하며) 싫은 점들은 없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고, 여행도 함께 할 수 있어 좋아요.

"
단원들의 국적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이번 투어팀에는 구하율 군을 비롯해 과거 아버지가 합창단 단원이었다는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아트레유(10) 군, 어머니의 권유로 합창단에 합류한 카자흐스탄 출신의 알타이르(13) 군 등이 있다.

1974∼1978년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했다는 아르트홀트 대표는 "당시에는 단원들이 모두 빈에 사는 오스트리아인이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 단원들도 활동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떠나는 단원도 있고, 새로 들어오는 단원들도 있어서 숫자는 매번 바뀐다"고 덧붙였다.

한국 찾은 빈소년합창단 "고음 두성으로 내니 부드럽죠"
이들은 이번 내한 공연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그램에는 정통 클래식뿐 아니라 영화 '미션'의 OST인 '넬라 판타지아', 오페라 '나부코' 중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뮤지컬 '시스터 액트' 중 '하늘의 여왕' 등이 포함됐다.

여러 나라의 민요와 함께 한국 작품인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도 눈에 띈다.

지휘자 지미 치앙은 "이번 공연은 '온 스테이지'(on stage)라는 부제처럼 연극적인 요소가 많다"며 "기존에 불러오던 성가와 르네상스 음악뿐 아니라 뮤지컬, 오페라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