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AI로 스타기업 육성해 지방 소멸위기 극복 도울 것"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인공지능(AI) 제조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사진)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 인구를 유지하려면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AI를 활용해 지역 특화 산업을 혁신하면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기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25개 출연연구소 가운데 하나다. 기업이 당장 필요로 하는 응용 기술을 개발한다.

이 원장은 새해 들어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는 “1989년 설립 초기 청사도 없이 근무하던 생기원이 전국 50여 개 지역 조직을 운영하는 실용기술 연구 전문기관으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내외적으로 문제가 많이 쌓여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방점은 ‘생산기술 대전환’에 찍혔다. 인천, 경기 안산, 충남 천안 연구소를 각각 지능화 뿌리기술, 인간중심 생산기술, 지속가능기술 전담 연구소로 전환했다. 7개 지역 기술실용화본부엔 각각 특화된 미션을 부여했다. 각 지역 분야별 혁신기업을 발굴해 생산기술과 접목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테면 전북본부는 농업 등 특수목적기계 개발을 전담한다. 이 원장은 “국내 3대 농기계 기업 중 하나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TYM과 감응형 변속기 등 기술 개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출연연이 협력해 지역 소멸 위기를 과학기술로 극복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본부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연계한 수전해(수소 생산) 기술 국산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초저온·초고압 등 극한 환경 속 에너지 기술을 전담하는 동남본부는 SK E&S 등과 차세대 수소 충전소를 개발 중이다.

서남(광주)본부는 대중교통, 물류배송 등 도심 생활을 지원하는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시스템 사업에 특화한다. 대경본부는 모빌리티 부품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성림첨단산업, 경창산업, 대동모빌리티 등 자동차산업 밸류체인을 지탱하는 다양한 앵커 기업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제조AI연구센터, 첨단로봇 전략기술센터를 신설했다. 지역별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AI, 로봇 두 가지 축으로 점검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초거대 AI 등장으로 전통적 생산 기술 종말의 시대를 맞았다”며 “설계-제조-유통-판매 등 전 주기를 AI로 서비타이제이션(제품의 서비스화)할 수 있게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생기원은 3000여 개의 파트너 기업을 혁신기업, 성장기업, 유망기업으로 구분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축적한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토대로 우주산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금속 와이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광개토대왕함의 손상된 디젤엔진 부품을 하루 만에 수리하는 데 성공했다”며 “평균 3개월 이상 걸리던 국방 부품 주문생산 방식을 혁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체(로켓) 보디 등 수m 이상의 대형 3D 프린팅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정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급증하고 있는 위성 발사 수요에 대비해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