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요국 증시 중에서는 일본이 가장 출발이 화끈하다. 일본 닛케이225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업종별로는 제약·헬스케어 부문이다. 지난해 위고비와 같은 ‘스타 신약’이 또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데다 각국 업체들의 신약 개발 경쟁이 맞물리면서다.

상승세 탄 글로벌 헬스케어株

11일 한국경제신문이 KB증권에 의뢰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미국, 일본, 유럽, 홍콩, 인도 등 5개 주요 권역 증시의 상승률 상위 종목을 5개씩 추린 결과 제약·헬스케어 업종 종목이 25개 중 8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거침없는 일본…달아오른 헬스케어株
미국 S&P500의 상승률 상위 5개 중엔 3개가 제약·헬스케어 관련주였다. 수익률 2위인 캐털런트는 연초 이후 10일까지 12.09% 상승했다. 상승률 1위는 주니퍼다.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가 인수한 영향으로 27.51% 올랐다. 다국적 제약업체인 비아트리스(11.7%), 모더나(10.07%)는 3, 4위를 차지했다.

일본에서도 제약·헬스케어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 닛케이225 종목 중 올해 상승률 2위는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다이이찌산쿄(11.88%), 5위는 오츠카홀딩스(9.19%)가 자리했다. 1위는 게임업체인 코나미그룹(12.88%)이었다.

인도 니프티50지수 종목 중에서는 복제약 전문기업인 시플라(6.65%)와 선파마(5.19%)가 각각 상승률 3, 4위에 자리했다. 최근 선파마가 이스라엘 제약사인 리브라머저 인수를 마치고, 시플라가 미국 켐웰바이오파마 등과 합작 벤처 설립을 발표하는 등 개별 호재도 이어졌다. 니프티50 종목 중에서는 인도 최대 재벌그룹인 아다니그룹 계열사인 아다니포트&SEZ가 1위였다.

유로스톡스 종목 중에서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가 연초 이후 5.67% 올라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사노피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 개발 연구에 1억4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점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어 2위는 이탈리아 금융업체인 우니크레디트(5.29%), 3위는 노키아(4.54%)가 차지했다.

반면 홍콩 항셍지수 종목 중에서는 상승률 상위권 다수가 중국선화능원(7.10%), 페트로차이나(3.49%), 중국해양석유총공사(2.77%) 등 석탄·석유·에너지 종목에 집중됐다. 겨울철 중국 내 화석연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주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日 증시, 연일 신기록

글로벌 증시 지수로 비교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연초 이후 지난 10일까지 3.83%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되돌려지며 각국 증시가 조정 또는 보합세를 보이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미국 S&P500은 연초 이후 0.81% 상승했고 인도 니프티50(-0.35%), 유로스톡스50(-1.31%)으로 약보합세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중국 경기 부진 여파가 이어지며 연초 이후 6.03% 하락해 가장 부진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이날도 1.77% 상승하며 35,049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종가 기준)다. 앞서 이 지수는 버블 시기인 1989년 말 38,915까지 올랐으나 거품 붕괴와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쇼크에 따른 금융위기 등 영향으로 2009년 3월 7054까지 추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비디아 등 미 증시의 기술주 상승세에 힘입어 도쿄증시에도 반도체 관련 주식 등에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세가 몰린 종목은 도쿄일렉트론(2.74%), 어드반테스트(1.63%) 등이다. 또 도요타(3.61%), 혼다(2.28%) 등 수출주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도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배태웅/김일규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