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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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김모씨는 최근 암 수술을 받은 반려견을 위해 일명 '개모차'(반려견용 유모차)를 구입했다. 반려견이 건강하게 산책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유모차뿐 아니라 이동가방(캐리어)도 함께 샀다. 김씨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한 온라인 플랫폼에선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유아용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리기도 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속에서도 반려동물용품 시장은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저출산 기조와 맞물려 국내 4집 중 1집꼴로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관련 시장이 세분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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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십만원대 반려동물 전용 카시트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향수로 유명한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의 반려동물용 상품군 매출이 매년 50% 이상 뛰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입점한 반려동물 브랜드 몽슈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08% 뛰었다. 몽슈슈에서는 28만원대 반려견 전용 카시트, 15만원대 애견 계단이 인기 상품이다.

니치 향수로 유명한 이탈리아 '산타마리아노벨라'가 2015년부터 국내에 선보인 반려동물 관리 용품은 매년 매출이 50% 이상씩 늘었다. 반려동물 드라이 샴푸, 데오도란트 같은 상품에도 아끼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 반려동물 브랜드 '하울팟'이 여성 니트 브랜드 '주느세콰'와 협업해 최근 출시한 니트웨어는 한 벌 5만원대 가격에도 출시 직후부터 일부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자료=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자료=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이는 국내 4집 중 1집꼴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가구가 늘어난 데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 인구가 관련 용품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병원비 포함)는 약 15만원으로 전년(2021년 약 12만원)보다 25% 뛴 것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개모차’(개를 태운 유모차)로 불리는 유모차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3분기 누적 기준)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유아용 유모차 판매량을 넘어섰다.
사진=구찌 홈페이지 캡쳐
사진=구찌 홈페이지 캡쳐
두 카테고리 합계 판매량을 100으로 잡으면 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 비중은 2021년 33%에서 2022년 36%로 상승했고 지난해는 57%로 껑충 뛰었다. 반면 유아용 유모차 비중은 2021년 67%에서 2023년 43%로 줄었다. G마켓 관계자는 "출산율은 떨어지고 반려동물 인구는 증가하는 추세가 온라인 소비 트렌드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스아이빌리지에 입점한 친환경 반려동물용품 브랜드 '베르그앤릿지'에서는 95만원짜리 캐리어가 인기 제품이다. 동물병원 등의 이동 시 반려동물이 들어가는 캐리어는 펫팸족이 반려동물 동반 여행을 갈 때 필수품이 됐다. 에스아이빌리지 관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만족시키며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반려동물 제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