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 4일 오후 3시 33분

컬리가 창업 9년 만에 처음으로 월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했다.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내 분기 기준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개선세가 확인되자 1년 전 멈춘 컬리의 기업공개(IPO) 시계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단독] 컬리, 사상 첫 월간 흑자…IPO 재도전하나

수익성 개선 속도 내는 컬리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지난달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컬리가 월간 EBITDA 흑자를 기록한 건 2015년 1월 창업한 이후 처음이다. EBITDA는 이자비용과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컬리가 영업 활동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컬리는 오랜 기간 적자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물류센터 설립 등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데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운반비, 포장비 등 배송 관련 변동비가 증가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컬리가 달라진 건 지난해부터다. 우선 마케팅 비용을 줄였다. 지난해 1~3분기 컬리의 광고선전비 지출은 241억원으로 전년 동기(397억원) 대비 39.3% 감소했다. 고질병인 변동비 증가도 잡았다. 지난해 1~3분기 운반비와 포장비, 지급수수료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소비자의 객단가를 높이고, 신선식품보다 재고 부담 등이 적어 관리가 편한 화장품 판매를 시작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직매입이 아닌 수수료를 받는 상품 거래 중개 매출 비중 확대도 도움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올해 평택과 창원에 신규 물류센터를 열고 송파센터를 철수하면서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있었음에도 운반비와 포장비 등 변동비를 포함한 판관비를 줄였다”며 “1~3분기 누적 매출을 전년 대비 늘리면서도 운반비와 포장비 등 변동비를 포함한 판관비를 잡았다는 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IPO 재도전 나설 듯

컬리는 올 1분기 분기 기준 EBITDA 흑자 전환을 목표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분기 영업이익 흑자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쿠팡이 비슷한 사례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 이후 2022년 2분기에 첫 분기 기준 EBITDA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음 분기에 쿠팡은 바로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흑자를 냈다. 이후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지난해 연간 기준 흑자 달성이 확실시된다. 유통업계는 컬리가 쿠팡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 말(1280억원)보다 약 120억원 증가했다. 별도 투자 유치 없이 현금 잔액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처음이다. 컬리가 사업으로 현금을 벌어들이는 구조로 전환하면서 투자 유치 전략에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컬리는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뒤 이를 모두 소진하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왔다.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앞으로는 자체 현금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성장을 도모할 여력이 생겼다.

올해 컬리의 실적 개선세에 속도가 붙으면 상장에도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컬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까지 통과했지만 지난해 1월 상장 연기를 선언했다.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컬리는 최근 내부적으로도 상장 관련 논의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아스펙스캐피탈로부터 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때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2조9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