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물류핵심 철도 노린 폭파 잇따라…러, 사보타주·암살시도 맞대응
철도폭파에 요인암살…교착국면 우크라전쟁서 게릴라전 강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서 양측이 정면 돌파보다 보급선을 노린 사보타주(파괴공작)나 요인암살 등 게릴라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바이칼 호수 북동부 세베로무이스키 인근 바이칼-아무르 노선의 터널을 지나던 화물열차가 폭파됐다.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천㎞나 떨어진 내륙이고 해당 노선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함께 러시아의 양대 핵심 철도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소식통은 자국 보안국(SBU)이 4개의 폭발장치를 이용해 열차를 폭파했다고 전했다.

연이어 지난해 12월 15일에도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멜리토폴로 탄약과 연료를 운송하던 열차가 폭파됐다.

우크라이나 SBU 관계자는 "러시아는 우리가 어디에나 있다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며 이전과 달리 이들 사건이 자신들의 작전 결과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가 세스 존스는 "우크라이나가 재래식 작전 대신 게릴라 작전을 늘리면서 전황이 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1천 번의 상처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로선 인구가 3배 이상 많고 생산 능력도 월등한 러시아군에 맞서는 가운데 서방의 지속적인 지원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이 고육책의 성격이 강하다.

전선이 장기간 교착 국면에 빠진 것도 전략 변화의 요인이 됐다.

역사적으로 침공에 나선 국가는 점령지 내부의 반발과 길어진 후방 보급선으로 인해 사보타주에 더욱 취약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철도폭파에 요인암살…교착국면 우크라전쟁서 게릴라전 강화
이 같은 게릴라전의 핵심 목표는 러시아의 핵심 물류망인 철도다.

러시아 독립언론 미디어조나에 따르면 이번 전쟁 들어 철도 파괴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76건, 이들 사건의 피고인은 최소 137명이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평야와 울창한 숲, 대초원을 달리는 수천㎞에 달하는 철도의 보안 취약성이 전시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이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유격대는 루한스크 지역의 러시아 점령지 부수반인 올레그 포포프를 차량 폭탄 공격으로 제거했다.

전직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으로서 친러시아 활동을 하다 러시아로 망명한 일리아 키바도 최근 모스크바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우크라이나가 배후로 추정되는 암살 작전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정규전과 병행해 게릴라전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폴란드 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러시아의 지시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열차에 대한 사보타주 활동을 한 혐의로 14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우크라이나는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의 부인이 최근 중금속 중독 증세를 보인 것이 러시아의 소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전부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보타주 및 정찰 그룹을 우크라이나에 침투시켜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 에밀리 페리스는 우크라이나의 철도 파괴공작의 장기적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러시아는 이를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