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코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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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차전지 관련주의 거래대금이 1000조원에 육박하며 반도체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이외 업종이 거래대금 1위를 기록한 것은 2018년 바이오 열풍 이후 처음이다. 개인들이 20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배터리 광풍을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반도체를 쓸어 담았다.

◆에코프로, 삼전 턱밑 추격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가 배터리 관련주였다. 삼성전자가 거래대금 223조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에코프로(169조원), 포스코홀딩스(134조원), 에코프로비엠(116조원), SK하이닉스(91조원)가 차례대로 2~5위를 차지했다.

6~10위는 포스코퓨처엠(88조원), 포스코DX(55조4000억원), 엘앤에프(54조7000억원), 금양(47조8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44조7000억원) 등 2차전지 관련주였다. 올해 2차전지 거래대금 상위 20개 종목의 총거래대금은 975조68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특수한 경우에만 거래대금이 다른 업종을 밑돌았다. 2018년 바이오 열풍이 대표적이다. 그해 셀트리온, 신라젠, 삼성바이오로직스, HLB 등 주요 바이오주의 거래대금은 종목별로 20조~100조원까지 치솟았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한국에서 특정 테마가 광풍을 보인 것은 바이오 이후 처음”이라며 “포모(FOMO: 놓치는 것에 대한 공포) 심리가 가세하면서 쏠림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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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올인한 개미들

개인들은 2차전지에 몰빵에 가까운 베팅을 했다. 올해 유가증권과 코스닥에서 5조8498억원을 순매도했는데, 2차전지를 20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1~9위가 2차전지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6조1895억원, 3조9101억원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

개인들은 포스코홀딩스에 11조3323억원을 투입했다. LG화학(1조9387억원), 포스코퓨처엠(1조2025억원), SK이노베이션(1조1686억원) 등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들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6조7348억원, 2조768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도 1위(10조1052억원)가 포스코홀딩스였다. 기관은 SK하이닉스(1조2461), KB금융(6270억원), 네이버(5189억원) 등 여러 업종에 골고루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미들은 투자 종목에 따라 수익이 엇갈렸다. 2차전지 소재주에 투자한 개미들은 쏠쏠한 수익을 보고 있다. 하반기 들어 상승분을 반납했음에도 주가가 많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올해 주가가 6배 올랐다. 에코프로비엠도 3배 올랐다. 포스코홀딩스도 80% 넘게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셀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을 보고 있다. 두 종목은 연초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각각 -4%, -21%에 올해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에 올인한 외국인은 큰 수익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41% 올랐다. SK하이닉스는 87% 상승했다. 두 종목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연중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