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개 개정 대상 조항 망라해 의회 전달…수도에선 또 대규모 반정부 시위
아르헨, 20여개 법령 일괄개정 시도…'개혁 속도전'에 시민 반발
연간 1만5천%대의 초인플레이션 도래 우려와 함께 경제난 극복을 위한 충격 요법을 예고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20여개의 현행 법령 일괄 개정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27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에 "밀레이 대통령은 오늘 자유 아르헨티나의 기반이자 출발점이 될 법안들을 의회에 보냈다"고 밝혔다.

관련 게시물에는 아르헨티나 국기 색깔이자 축구 국가 대표팀의 상징처럼 불리는 '알비셀레스테'(albiceleste·흰색과 하늘색 조합) 리본으로 묶인 두툼한 서류 뭉치와 상자 사진이 함께 올라왔다.

대통령실은 서류를 넣은 상자를 선물처럼 포장한 뒤 내무부 장관을 통해 의회에 전달했다.

180여장의 서류에는 밀레이 정부 국정 철학을 반영한 664개의 조항이 빼곡히 담겼는데, 이에 따른 개정 대상 법률은 20여개라고 텔람 통신은 보도했다.

개정안에는 수입 사전허가제(SIRA) 폐지와 소득세 부과 완화 등 과세제도 개혁, 공기업 민영화, 보조금 지급 대상 제한, 연금제 개편 등이 망라됐다.

동트(D'Hondt)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기존 정당명부 선거 제도(하원)를 소선거구제로 개편해,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도록 하는 안도 담겼다.

한국의 지역수 국회의원 선출과 같은 방식이다.

현지 일간지 라나시온은 중간 선거 또는 대통령선거 예비선거 성격의 '파소'(PASO)를 폐지하는 안도 발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파트리시아 불리치 치안 장관이 발표했던 거리 시위 제한 형법 개정안도 함께 제출됐다.
아르헨, 20여개 법령 일괄개정 시도…'개혁 속도전'에 시민 반발
지난 10일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보름여 만에 한꺼번에 변화를 꾀하는 '패키지 개혁'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은 "국민의 자유를 위협하고, 시장 경제의 순기능을 방해하며, 국가를 빈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들에 대해, 즉각적이고 적절한 수단을 통해 맞서 싸우겠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설명했다.

밀레이 대통령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유롭게 번영하는 아르헨티나를 위해 갑시다"라는 글과 함께 특유의 비속어 섞인 구호를 곁들였다.

아르헨티나 상·하원은 내년 1월 31일까지 임시회의를 열어 정부 발의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앞서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선한 국민들이 원하는 국가를 위해 함께 할 것인지, 변화를 거부하고 방해하는 쪽에 남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급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는 밀레이 정부에 대해 노동자 단체와 시민들의 항의 시위도 지난주에 이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법원 인근에서는 전국단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반정부 집회와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이들은 "강렬하게 퇴행적인 개혁은 자의적이며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며 "수많은 국민이 생업을 잃게 하고 일상생활에 해를 끼치는 조처를 당장 거두라"고 역설했다.

반발이 격화하는 양상 속에 곳곳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도 발생했다고 일간 클라린은 보도했다.

경찰은 과격 행동을 한 6명을 연행했다.

경찰관 1명은 버스에 치여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아르헨, 20여개 법령 일괄개정 시도…'개혁 속도전'에 시민 반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