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해양법 미가입 美, 7개 지역서 남한 면적 10배 규모 대륙붕 주장
러시아 등 주변국과 마찰 소지…"국제 규범 우회로 인식할 수도"
해저 자원 탐내는 美, 북극서 '해양 영토' 대륙붕 일방 확장
미국이 자원의 보고인 북극에서 자국이 배타적 권한을 행사하는 대륙붕을 확장하면서 대륙붕 경계와 관련된 국제법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절차를 거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북극, 대서양, 베링해, 태평양, 마리아나제도, 멕시코만 2곳 등 7개 지역에서 총 98만7천700㎢을 자국 '연장 대륙붕'(ECS·Extended Continental Shelf)으로 선언했다.

이는 남한 면적(약 10만㎢)의 1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대륙붕은 연안국의 바다 아래에 있는 땅으로 영토와 마찬가지로 탐사와 천연자원 개발 등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달리 해저면 위의 바다는 포함하지 않는 개념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연안국의 대륙붕 권리를 연안 기준선에서 200해리(약 370km)까지 인정하지만, 대륙붕이 그 너머까지 자연스럽게 연장된다는 것을 입증할 경우 350해리까지를 '연장 대륙붕'으로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UNCLOS를 비준하지 않았고, 따라서 UNCLOS 산하에서 대륙붕 경계 문제에 대해 권고하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 절차를 밟지 않았다.

국무부는 UNCLOS 규정과 CLCS 과학기술지침에 반영된 국제관습법에 따라 ECS의 바깥 한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UNCLOS 가입국이 아니지만 그 규정대로 했다는 의미다.

국무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UNCLOS 가입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번 ECS 선언으로 UNCLOS 가입과 관련한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저 자원 탐내는 美, 북극서 '해양 영토' 대륙붕 일방 확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극 대륙붕에 매장된 광물 자원 등을 선점하기 위해 ECS를 선언했다고 본다.

이번에 선언한 ECS 총면적에서 북극이 52만㎢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해군전쟁대학의 국제해양법 교수인 제임스 크라스카는 싱크탱크 윌슨센터가 이 사안을 주제로 개설한 웹사이트에서 "대륙붕에는 친환경 에너지에서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반도체까지 모든 것에 필요한 전략적 광물과 희토류 원소가 풍부한 단괴가 저장돼 있다"며 "미국의 ECS 발표는 해저와 하층토에 있는 이런 광물을 확보하는데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적인 선언은 주변 연안국과 마찰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국무부는 미국의 ECS가 캐나다, 바하마, 일본이 주장하는 것과 일부 겹친다면서 향후 이들 국가와 해양 경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바, 멕시코, 러시아와는 이미 ECS 경계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반발하는 모습이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인 그리고리 카라신은 지난 24일 미국이 UNCLOS를 비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북극에서 일방적인 경계 확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긴장 고조로 이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미해안경비대학 북극연구정책센터의 애비 팅스타드 교수는 윌슨센터 글에서 캐나다와 러시아 등 다른 북극 연안국과 프랑스와 중국 등 여러 국가가 대륙붕을 연장하려고 할 때 UNCLOS를 거쳤다면서 "미국의 동맹과 적국 모두 미국의 발표를 국제 해양 거버넌스와 의사 결정 관련 규칙과 규범을 우회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