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 보이던 구리 가격, 경기 반등 기대감에 고공행진 [원자재 포커스]
구리 가격, 4개월 내 최고치 찍어
중국 경기 회복하며 수요 증가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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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경제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을 중단하며 실물 경기가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내년 공급량도 올해보다 감소하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선물(1월물) 가격은 t당 8514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4개월 내 최고치인 8640달러 선에 근접했다. 같은 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3월물) 가격은 파운드당 3.9145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4개월 내 최고치다.
약세 보이던 구리 가격, 경기 반등 기대감에 고공행진 [원자재 포커스]
구리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인 이유는 경기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최대 구리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의 구리 수요가 회복하기 시작했다. 원자재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1월 구리 수입 규모가 전월 대비 13.5% 증가한 37만 8791t을 기록했다. 중국 경기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구리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CCB퓨처스는 "중국 내 구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재고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며 "수요가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이 반등하면서 펀드매니저의 포지션도 달라졌다. 펀드매니저들이 LME와 COMEX 두 거래소에서 모두 구리 순매수 포지션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LME의 경우 23일 기준 구리 선물 순매수 계약 건수가 6866건으로 집계됐다. 쇼트(매도)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나타난 결과다. CME에선 매수 계약이 매도 계약보다 2만 1553건 많았다.

다만 공급 측면에선 장기적인 악재가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 광산업체 퍼스트퀀텀 미네랄즈가 소유한 파나마 구리 광산이 폐쇄 위기에 놓여있어서다. 당초 파나마 정부는 퍼스트 퀀텀의 광산 라이선스를 연장했다. 하지만 퍼스트 퀀텀 탓에 환경오염이 심해졌다는 여론이 격화하고 시위가 잦아지면서 기존 결정을 번복했다. 이 때문에 퍼스트 퀀텀은 광산 가동률을 낮추고 본격적인 국제 소송전에 돌입했다. 파나마 구리 광산은 세계 구리 생산량의 1.5%를 차지한다.

영국의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도 내년 자사의 구리 생산량이 이전 예상치보다 20% 감소한 73만~79만t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생산량 예상치도 69만~75만t으로 이전보다 18% 줄였다. 앵글로아메리칸은 칠레에 있는 구리 가공 공장이 관리 및 유지 보수에 들어갔으며 페루 공장도 시설을 보수할 계획이라 생산량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