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너무 앞서나간다"…연일 속도조절하는 연준 [나수지의 미나리]
미국 연준 위원들이 연일 시장을 진정시키는 발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주 12월 FOMC 이후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시장이 금리인하에 대한 희망을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18일(현지시간) 오전에도 연준 위원들이 인터뷰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사진)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연준에 비해) 앞서나가고 있다"며 "다음 연준의 논의 사항은 금리 인하 시점이나 정도가 아니라 높은 금리를 얼마나 더 오래 유지하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시장은 당장이라도 금리를 내릴 것 처럼 반응하고 있지만 그럴만한 상황은 아니라는겁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시장에는 FOMC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윌리엄스 총재의 발언과 파월 의장의 발언은 모순적이지 않다"며 "외부 충격에 대비해 정책을 조정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짚었습니다. 지난 13일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논의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15일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것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시장은 지난주 FOMC 이후에 3월 첫 금리인하, 내년 최대 5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이 날 미국 국채금리는 상승했습니다.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알려진 오전 9시 전후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2.6bp(1bp=0.01%) 상승해 4%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이 날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은 유가였습니다. 오전장에서 유가는 장중한 때 3%이상 급등했습니다. 예멘의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민간선박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후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유조선을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이스라엘과 무관한 선박까지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지난 15일부터 홍해를 통한 운항을 일시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석유 메이저인 BP도 18일부터 홍해를 통과하는 모든 운송을 일시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홍해가 글로벌 해상 운송의 핵심 교역로라는 점입니다. 홍해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와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 여기를 지나는 선박이 전체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량을 차지합니다. 홍해를 지나지 않고 물품을 운송하려면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해야하는데, 이 경우 항로가 9000km 늘고 운송일도 7~10일가량 늦어집니다. 운송 비용과 기간이 길어지면 유가와 물가를 모두 밀어올릴만한 요인이 됩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