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휘말릴라…러 해군기지 건설에 '안절부절'
러시아가 흑해 연안국가인 조지아 북서부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조지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조지아 북서부를 장악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인 압하지야 공화국은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흑해 오참치라 항에서 준설 및 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압하지야 측은 배수량이 최대 1만3천t에 이르는 화물선까지도 접안할 수 있도록 항구 수심을 깊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 공사가 실제로는 러시아 흑해함대 소속 군함들이 오참치라 항을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으로 시행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은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시달리던 흑해함대는 최근 일부 군함을 러시아 본토 등으로 물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흑해함대가 조지아 오참치라 항을 새로운 후방 기지로 삼고, 우크라이나가 오참치라 항의 러시아 군함이나 시설을 공격한다면 조지아는 졸지에 전쟁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이에 조지아 의회 야당 의원 50명은 지난달 초 러시아의 오참치라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조지아 외교부도 "조지아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조지아 정부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친서방 성향이나 현실적으로 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지정학적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지아 의회의 니콜로즈 삼하라제 외교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30년 사이 러시아와 세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우리에겐 나토의 안보 우산이 없고, EU의 경제적 연대도 없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속 전문가 나티아 세스쿠리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지아를 이번 전쟁에 관여시킬 필요가 생긴다면 그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