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P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P
일본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비자금 스캔들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끌었던 '기시다파'로 번지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14일(현지시간) 개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내일 신속하게 개각을 단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국정 운영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각 관료를 교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세부 인사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라고만 밝히며 교체 대상과 후임에 대해선 함구했다.

닛케이 등 일본 매체는 기시다 총리는 이번 개각을 통해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4명을 경질할 것으로 관망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개각을 단행하는 배경엔 비자금 스캔들이 있다. NHK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지난 5년간 정치자금 모금 행사인 '파티'를 주최한 뒤, 소속 의원들에게 파티권(20만엔)을 판매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파티권 구입 내역을 고의로 회계 보고서에 누락하며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자금 규모는 5억엔으로 추산된다.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시다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곤두박질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비자금 스캔들에 기시다파 의원들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자민당에 대한 국민 여론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말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30%에 그쳤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정무 3역'으로 불리는 일본 정부 고위직인 각료·부대신·정무관에서 아베파 인사를 전부 축출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아베파는 물론 자민당 비주류 중진인 이시바 의원 등도 이를 반대하면서 정무관 직책에는 아베파 일부를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