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투어·시니어투어 쇠락은 무관심한 수뇌부 탓"
KLPGA투어는 두둑한 상금…2부·시니어투어는 뒷걸음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상금랭킹 60위로 내년 시즌 시드 확보에 턱걸이한 박도은은 상금으로 1억7천830만원을 받았다.

직장인이라면 임원이 되기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큰돈이지만, KLPGA 투어 무대에서는 시드를 겨우 유지할 경기력을 보인 선수가 받는 돈이 2억원에 가깝다.

KLPGA 투어에서 공식 상금랭킹에 등재되는 선수가 12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상금랭킹 60위가 받는 상금은 중간값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KLPGA 투어 선수들의 지갑은 두툼해졌다.

특히 10위 이내 정상급 선수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속도보다 중하위권 선수들의 살림살이가 더 빠르게 나아졌다.

중간값인 상금랭킹 60위를 살펴보면 작년 정지민은 1억4천335만원을 받았다.

재작년 상금 60위 안송이는 1억2천538만원을 벌었다.

2020년 상금 60위 곽보미가 받은 상금은 7천930만원이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17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2019년 상금 60위 이기쁨이 1억235만원을 받아 60위 선수로는 처음으로 1억원을 넘겼다.

코로나19 피해를 본 2020년을 빼면 중간값 상금의 상승 추세는 매우 가파르다.

상금왕이 받은 상금은 김효주가 2014년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겨 12억원을 받은 이후 해마다 변동이 좀 컸다.

다만 시즌 상금 10억원이 넘는 선수가 많아지는 경향은 뚜렷하다.

올해도 이예원과 임진희가 10억원을 넘겼고, 작년엔 박민지와 김수지가 10억원 이상을 벌었다.

2019년에도 최혜진과 장하나, 2명이 10억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한다면 KLPGA 투어에서 상금 2위도 10억원은 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KLPGA 투어가 돈 잔치를 벌인 반면에 2부투어인 드림투어는 선수들 상금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드림투어 상금왕 문정민은 16개 대회에 출전해 4천842만원을 벌었다.

드림투어에서 상금 4천만원 이상을 번 선수는 3명뿐이다.

투어를 뛰는 데 필요한 경비를 빼면 남는 게 없는 선수가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작년 드림투어 상금왕 김서윤은 18개 대회에서 1억112만원을 벌었다.

1부인 KLPGA 투어 선수 중간값에 근접한 금액이다.

3명이 8천만원 이상 벌었고, 4천만원 넘게 상금을 수령한 선수가 8명이었다.

9위 이세희가 4만6천원 모자란 3천995만원을 벌어서 사실상 9명이 4천만원을 넘겼다.

윤이나가 9천197만원으로 드림투어 상금왕에 오른 2021년에는 16명이 4천만원 넘는 상금을 받았다.

코로나19 타격도 드림투어는 비껴갔다.

2020년에는 김재희가 1억69만원을 받아 상금왕에 올랐고, 17명이 4천만원 이상 받아 갔다.

드림투어는 2017년 이솔라가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해 상금왕에 오른 이후 해마다 4천만원 이상 받아 간 선수가 두 자릿수였다.

2016년 드림투어 상금왕 배소현은 고작 3천611만원을 받았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는 드림투어는 대회도 적지 않았고 상금도 꽤 많아서 KLPGA 투어 진출을 꿈꾸는 기대주들이 그나마 경비 걱정을 하지 않고 뛸 수 있었다.

40세 이상이 출전해 기량을 겨루는 챔피언스투어 선수들의 주머니는 더 얇아졌다.

챔피언스 투어 상금왕 홍진주는 5천382만원을 받았다.

3천만원 넘게 번 선수는 홍진주를 포함해 3명이다.

챔피언스 투어의 쇠락은 재작년부터다.

작년에는 상금왕이 2천72만원을 받았다.

2천만원 이상 상금을 받은 선수는 상금왕 한명이다.

2021년에는 1천635만원을 벌고 상금왕에 올랐다.

상금왕과 상금랭킹 2위 2명 빼고는 1천만원 넘긴 선수는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KLPGA 투어가 크게 위축됐던 2020년에 챔피언스투어는 김선미가 5천185만원으로 상금왕에 올라 작년이나 올해보다 훨씬 사정이 나았다.

2019년에도 챔피언스투어 상금왕은 7천26만원을 받았고 2018년 8천863만원, 2017년 9천74만원 등으로 드림투어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KLPGA 투어와 달리 드림투어와 챔피언스 투어가 이렇게 쇠락하는 이유는 KLPGA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

KLPGA 투어는 사실 워낙 인기가 높아서 KLPGA 회장이 기여할 여지가 크지 않다.

대회를 열겠다는 스폰서가 줄을 서기 때문에 KLPGA 회장은 KLPGA 투어 대회 유치 부담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대신 드림투어와 챔피언스 투어는 다르다.

회장을 비롯한 KLPGA 수뇌부의 노력과 역량에 따라 흥망성쇠가 달라진다.

KLPGA 이사를 맡고 있는 은퇴한 프로 선수는 "전임 회장 때 드림투어와 챔피언스 투어에 관심과 직접적인 투자가 많았다.

그 덕분에 드림투어와 챔피언스투어 선수들도 형편이 괜찮았다"면서 현 수뇌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현재 KLPGA 김정태 회장은 2021년 3월 취임했다.

김 회장은 재임 기간에 AGLF 대회 스폰서 유치와 성공적인 개최에 적지 않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다.

하지만 챔피언스투어는 김 회장이 취임한 2021년부터 3년째 궤멸적 쇠락 양상이다.

드림투어는 김 회장의 재임 3년 차인 올해부터 내리막에 접어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