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밋밋했던 CPI…숨겨진 불안요소 2가지 [나수지의 미나리]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온통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에 쏠렸습니다. 개장 30분 전 발표된 11월 미국 CPI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대비 0.1% 상승해 전월과 물가가 동일할 것이란 예상을 소폭 웃돌았습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3.1% 상승해 예상에 부합했습니다. 최근 6개월치 CPI 데이터를 평균 내 연율로 환산한 수치는 3.1%로 전월과 동일하게 유지됐습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대비 0.3% 상승해 예상과 동일했고, 전년동기대비로는 4.0% 상승해 역시 예상과 같았습니다. 근원 CPI의 최근 6개월치 평균을 연율로 환산하면 2.9%로 전월의 3.2%에서 서서히 낮아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밋밋했던 CPI…숨겨진 불안요소 2가지 [나수지의 미나리]
인플레이션이 기대에 부합하면서 서서히 내려오는데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억제된 영향이 컸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2.3% 하락했고, 특히 휘발유 가격이 6% 하락하면서 에너지 가격 하락세를 이끌었습니다. 다만 물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이 여전히 '끈적하게' 상승하고 있고, 중고차 가격도 예상외로 급등한 부분이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주거비는 전월대비 0.4% 올랐고, 임대료는 0.5%, 주택 소유자의 등가입대료는 0.5% 상승했습니다. 중고차 가격은 1.6% 상승해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11월 CPI 지표에 대해 '좋음과 나쁨 사이의 어딘가'(CIBC)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예상에 부합했기 때문에 연준의 단기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만큼은 아니었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물가가 단기간 내에 목표치까지 내려오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분석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CPI는 (골드만삭스의)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주거비, 중고차 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올라간 부분이 당분간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11월 CPI 데이터 발표 이후 새벽부터 하락했던 채권금리가 튀어오르면서 낙폭을 줄였습니다. 주가는 보합선에서 머무르다 소폭 상승했고, 국제유가가 3% 이상 하락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은 "원유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해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과잉 공급에 대한 걱정도 큰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