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문학번역상 대상 받은 번역가들 한자리에
모국어 이탈리아·일본·프랑스어로 한국작품 알리는 '한국문학 전도사'
"한국문학 매력요? 유머·서스펜스·세련미…너무 다양하죠"
"한국문학의 매력이요? 배명훈의 미묘한 유머, 편혜영의 서스펜스, 김혜진의 영혼, 한강의 클래식함 등 다양하죠. 작가마다 고유의 매력과 목소리가 있는데 그걸 잘 살리는 게 번역가에겐 중요한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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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들을 고국인 이탈리아에 번역해 소개하고 있는 리아 요베니티 씨는 김혜진의 장편 '딸에 대하여'를 번역해 올해 한국문학번역상 대상을 받았다.

6일 한국문학번역원이 시상식에 앞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문학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마다 고유의 개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답했다.

이번에 자신에게 번역대상을 안긴 '딸에 대하여'를 두고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가족과 세대 간 갈등을 다룬 보편적 작품"이라며 "이탈리아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알릴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요베니티 씨는 대학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전공하고서 25년 전 처음 한국에 건너왔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직원과 통·번역사를 거쳐 현재는 한국외대에 출강하면서 한국 문학 작품을 이탈리아어로 옮기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구병모, 배명훈, 편혜영, 윤고은 등의 작품을 번역한 그는 현재는 한강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 중이다.

이탈리아어가 모국어인 한국문학 전문가가 거의 없다 보니 요즘에는 일감이 많이 몰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한국문학 매력요? 유머·서스펜스·세련미…너무 다양하죠"
"5~6년 전에는 1년에 한두 권 정도 번역 제안을 받았는데, 최근엔 1년에 5~6권이 들어와요.

(이탈리아의) 출판사들이 한국문학을 많이 출간하고 싶어 하는데 번역을 맡길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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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문학번역상 대상은 요베니티 씨 외에도 조해진의 장편 '단순한 진심'을 일어로 옮긴 오영아 번역가와 이승우의 중편 '캉탕'을 프랑스어로 옮긴 김혜경·장클로드 드크레센조 교수가 선정됐다.

오 번역가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다.

처음 한국에 올 때까지만 해도 한국어로 제대로 읽고 쓰고 하는 것이 매우 서툴렀다고 한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한국어를 배우고 난 뒤에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봐라'라는 부친의 말에 서울로 건너온 그는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거치면서 한국문학의 매력에 눈을 떴다.

"한국 현대문학을 잘 몰랐었는데 처음 접했을 때 문체가 너무 세련됐더라고요.

은희경, 김연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아니, 한국에 이렇게 멋진 작가가 있어?'라고 생각했죠. 이후에 일본 친구들에게 한국문학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처음 번역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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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매력요? 유머·서스펜스·세련미…너무 다양하죠"
일본에서는 특히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커졌다고 한다.

"예전엔 분단이나 역사적 문제 등을 다룬 무게감 있는 한국문학이 많이 출판됐고 연구자도 많았지만, 요즘에는 페미니즘 문학을 비롯해 퀴어, SF 등 장르문학이 자리를 확실히 잡았죠. 한국문학 시장이 매우 넓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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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한국문학에 나타난) 한국적 페미니즘이 매우 힘 있고, 젊고, 활발하다는 것을 일본 독자들에게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며 한국문학을 프랑스에 소개해온 김혜경·장클로드 드크레센조 부부는 이승우 작가의 깊은 문학세계에 거듭 경외심을 표했다.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 '캉탕' 등을 부인인 김 교수와 공역한 드크레센조 교수는 "이승우의 소설들에서 이야기는 하나의 배경일 뿐 작가가 진짜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상징을 꼼꼼히 분석해야 이해할 수 있다"면서 "이승우는 읽기 어렵지만 위대한 작가다.

모든 작품이 늘 흥분되고 즐겁다"고 했다.

이들은 프랑스에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를 설립하고 한국문학 웹진도 창간해 운영하는 등 한국문학을 다양한 경로로 프랑스에 알려오고 있다.

다만, 드크레센조 교수는 최근엔 프랑스에서도 주로 읽기 쉬운 한국 작품들이 번역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문학이 세계무대에서 다른 문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읽기 쉬운 작품뿐 아니라 많이 읽히진 않아도 깊은 문학성을 갖춘 다양한 작품이 많이 번역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학 매력요? 유머·서스펜스·세련미…너무 다양하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