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0일 정권수립 75주년을 맞아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민방위 무력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0일 정권수립 75주년을 맞아 8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민방위 무력 열병식'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Psick Univ' 방송 출연진들이 '대한민국의 주적(主敵)은 북한'이라고 발언했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사라졌다가 윤석열 정부 국방백서에서 부활한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을 '주적은 북한'이라는 개념으로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적관 약해져 생긴 논란…'주적은 북한' 부활해야"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Psick Univ' 캡처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Psick Univ' 캡처
구독자 266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피식대학 출연진들이 최근 방송에서 "주적은 북한", "3대 세습 철폐하라" 등 발언한 뒤 비판받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국방백서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특히 군 안팎에서 국민의 대적관(對敵觀)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 예비역 육군 중령은 "국군의 기초가 되는 주적 개념을 입에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수모를 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예비역들도 "대적관이 약해졌다는 증거", "국가 기반이 흔들리는 것", "국가에서 '주적은 북한'이라고 다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장병 정신전력교육을 담당하는 정훈장교로 복무하다 최근 예편한 예비역 육군 중위는 "공식적인 휴전 국가에서 북한에 대한 대적관 확립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군이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대적관의 변동이 생긴다면 군의 신뢰도는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방부 "국방백서 '주적' 표현, 신중한 검토 필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방백서 발간을 주관하는 국방부는 신중론을 펼쳤다. 국방부는 '2024년 발간될 국방백서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표현이 부활할 가능성이 있냐'는 한경닷컴의 질문에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 사용 시 주변국으로부터 '부수적인 적 또는 제2의 적이 누구냐'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주적을 명시하는 문제는 북한 위협 변화, 주변국 관계, 국민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단 한 번도 대남 적화 야욕을 포기한 적 없으며, 지금도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2022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하고 장병들의 대적관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논란 휩싸이는 국방백서

2022년 1월 1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페이스북 게시물.
2022년 1월 1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페이스북 게시물.
국방백서는 국방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국방부에서 2년마다 발간하는 보고서다. 정권의 색깔에 따라 바뀌었던 주적 개념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북한군을 주적으로 규정하는 개념은 1994년 남북특사 교환 실무접촉에서 북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명기돼 2000년까지 유지됐다. 이후 2004년 국방백서부터 주적 대신 '직접적 군사 위협',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으로 바뀌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담겨 박근혜 정권까지 유지됐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과 2020년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사라졌다. 당시에는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이어 2022년 윤석열 정권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한 표현(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 2016년 이후 6년 만에 부활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짧은 글을 올려 주목받기도 했다. 주적은 북한이라는 개념이 정치권에서 크게 논란이 됐던 사례로는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열린 대선후보 초청 TV 토론회가 꼽힌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는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보수 진영으로부터 맹비판을 받았다.

한편, 피식대학 출연진들은 최근 방송에서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다. 3대 세습을 일삼고 있는 저 김씨 일가, 북한 놈들이 잘못", "대한민국에서 이 말을 왜 못해", "3대 세습 철폐하라" 등 발언했다가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비판받았다. 발언에 반발한 네티즌들은 "국짐(국민의힘 비하 표현), 2찍(윤 대통령 지지자 멸칭)인가 보다", "같은 민족보고 주적이라는 것보다 우리 땅을 짓밟은 왜구 놈들이 주적이 맞지 않나", "우리 동포인 북한이 주적이라니 역사 공부 좀 하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