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공원의 위로
[신간] 마약은 출구 없는 미로일까…'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안준형 지음.
마약 사범에게 부여되는 파란 명찰을 단 의뢰인은 갓 스물이 넘은 초범이었다.

그는 모범생으로 살다가 명문대생이 됐고 방학 때 미국 여행을 갔다가 한 클럽에서 처음 엑스터시를 접했다.

그는 미국에서 볼펜 등에 엑스터시를 몰래 숨겨 한국으로 들어오다가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변호사인 저자는 10여년 전 이 의뢰인의 변호를 맡은 것을 계기로 마약 사건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는 1년에 100여 건의 마약 사건을 수임하는 이른바 마약 전문 변호사가 됐다.

그는 마약 사범을 자녀로 둔 어느 부모를 만나면서 한국 사회가 마약에 관해 너무도 모르고, 마약 범죄에 무방비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쓰게 됐다.

대검찰청이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만4천123명에서 지난해 1만8천395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 가운데 60%가 30대 이하다.

저자는 대마초를 대하는 한국과 미국의 서로 다른 법체계에서 혼란에 빠진 젊은이들, 젊은 나이에 텔레그램의 마약왕이 된 사내, 단약과 재활을 이어가는 연예인 등 여러 사례를 살펴본다.

그러면서 마약 공급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정책만으로는 마약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마약사범에 대한 격리와 감시에 그치지 말고 단약과 재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마약은 분명 헤어 나오기 어려운 미로지만 "그 출구를 닫아버리는 것은 마약이 아니다"며 "투약자들에 대한 반감과 무관심, 그들을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마약을 '출구 없는 미로'로 만든다"고 말한다.

세이코리아. 280쪽.
[신간] 마약은 출구 없는 미로일까…'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 박찬운 지음.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가 2020년부터 3년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한 경험과 소회를 엮은 책이다.

그는 취임일부터 퇴임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기 일과 인권위 주요 업무를 기록했다.

그 기록은 200자 원고지 6천장에 이른다.

책은 인권위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과 이슈에 대한 뒷얘기를 전한다.

저자는 가장 고뇌했던 순간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사건을 심리했을 때를 꼽았다.

또 탈북어민 강제송환 사건을 처리하며 불거진 논쟁, 평등법 제정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경과, 초대 군인권보호관을 겸직하며 경험한 인권위 내 갈등도 다뤘다.

저자는 "기록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내가 매일 경험하는 것이 기록을 통해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혜윰터. 320쪽.
[신간] 마약은 출구 없는 미로일까…'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 공원의 위로 = 배정한 지음.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가 도시 속 공원의 의미를 되새긴 에세이다.

58편의 글에는 경의선숲길공원, 광교호수공원, 전주 맘껏숲놀이터, 마산 임항선 그린웨이 등 국내 공원부터 뉴욕 도미노 공원과 파리 샹젤리제 같은 외국 공원까지 약 40곳의 공간을 다뤘다.

저자는 공원을 거닐며 공원의 구조와 미학, 도시와의 관계를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공원은 도시의 소란에서 탈주해 자발적으로 표류할 수 있는 '도시의 괄호'이다.

또한 공원은 도시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며 일상의 미학적 문해력을 길러주는 '도시의 문화 발전소'이자,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를 지탱해주는 '사회적 접착제'이며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이자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다.

책은 '도시의 멀티플레이어'인 공원을 조경학적 관점부터 역사적, 사회학적 관점까지 다각도로 살펴본다.

부록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공원 20곳의 목록도 실었다.

김영사. 356쪽.


/연합뉴스